때아닌 가을장마에 깨씨무늬병까지…쌀값 비상인데 정부 대책 빈손
“모니터링 필요” 지적…농가 눈치에 논의는 소극적
예상치 못한 가을장마와 병해 확산이 겹치며 쌀값 안정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부는 올해 햅쌀 출하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례적인 잦은 가을비와 ‘깨씨무늬병’ 확산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20㎏ 기준 쌀 소매가격은 6만607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상승했다. 산지쌀값은 5일 기준 20㎏당 6만1988원으로 작년보다 약 30% 올랐다.
정부는 수확기 대책으로 시장 격리 물량을 줄이고 할인행사 폭과 기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햅쌀 출하가 시작되면 쌀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가을장마로 인해 햅쌀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깨씨무늬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쌀값 불안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가 9월 중순 실시한 조사에서 잦은 강우를 계기로 깨씨무늬병, 잎집무늬마름병 등 병해 발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REI 측은 “단수는 전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상 여건과 병해 변수에 따라 생산량은 355만~360만t 수준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다”며 “9월 잦은 비로 깨씨무늬병, 잎집무늬마름병(문고병), 도열병 등이 증가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치권도 쌀값 논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 모두 쌀값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농가 민심을 의식한 탓에 쌀값 상승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쌀값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지역구 농민들의 영향력이 센데 쌀값이 높다는 식의 발언 자체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지난해 이뤄졌던 시장격리가 쌀값 상승을 가져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쌀값이 폭락하고 쌀 초과 예상생산량이 12만8000t으로 관측되자 이를 웃도는 20만t을 선제적으로 격리 후 공공비축 잔여예산을 통해 총 26만2000t을 시장격리했다. 하지만 확정된 쌀 초과생산량이 5만6000t으로 집계됐고 올해 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예상되는 산지 초과 물량은 16만5000t 중 10만t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대비 크게 낮아진 물량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쌀값 추이를 지켜본 후 내년 초 추가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 장관은 “확실한 생산량이 결정되는 내년 1월에 정밀한 수확기 대책을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