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퍼 유스터 "내 예술은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체험"
한 남자가 휠체어 탄 여성을 뒤쫓는다. 여자는 불안해하며 집으로 향하고 남자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여자를 응시한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덴마크 비디오 작가 예스퍼 유스트(40)의 2011년 작 '이름 없는 장관'의 일부분이다.
특이한 점은 이 영상이 하나의 화면에 교차편집으로 상영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름 없는 장관'은 두 개의 스크린으로 이뤄진다. 관객은 양 스크린의 가운데 서서 여자를 따라가는 남자와 남자를 앞서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관객은 마치 화면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수동적인 감상이 아닌 직접적이고 신체적이며 물리적인 경험이다.
유스트는 이런 효과를 통해 관객이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도록 한다. "작가가 쥐여주는 답변을 가지고 미술관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떠안은 채 고민에 잠기게 하는 것"이다. 그는 "예술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의미는 모호성을 통해 떠오르는 물음"이라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9일부터 8월3일까지 덴마크의 차세대 비디오 작가 예스퍼 유스트 개인전 예스퍼 유스트:욕망의 풍경'을 연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떠오르고 있는 유스트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최근 10여 년간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유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시네마'라고 부르지만, 영화를 뜻하는 '시네마'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스트의 시네마는 "한자리에 앉아서 화면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영상을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스크린을 통한 새로운 언어"라고 했다.
예스퍼 유스트가 '신체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것은 "관객은 예술을 직접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품 활동 초기 '남성'을 주제로 작업했던 유스트는 2008년 이후 '여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또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의 투사'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진다.
'이름 없는 장관'(2011)의 주인공은 장애가 있는 중년 여성, '이것은 욕망의 풍경이다'(2013)에는 과체중의 여성이 등장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타자의 형상을 보여주면서 전에 알지 못하던 '낯선 욕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전시는 설치 영상뿐만 아니라 '미디어 박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박스 안의 영상은 관객이 원하는 영상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