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원화가치 가파른 하락, 증시 급등에 독버섯처럼 커진 금융 불안

2025-10-12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추석 연휴 직후 개장한 지난 10월 10일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급등하고, 코스피(KOSPI) 지수는 3600선을 돌파하는 등 희비 쌍곡선이 갈렸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는 23.0원 오른 1423.0원에 거래를 시작해 소폭 하락한 1421.20원에 마감하며,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대미(對美) 투자 부담 등이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통상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면 환전 수요로 환율이 낮아지지만, 연휴 기간 달러 강세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이례적 흐름이 나타났다.

반면, 코스피 지수가 ‘3600’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 10월 10일 장 시작 2분 만에 3606선을 돌파한 뒤 3610.60으로 장을 마치며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지난 10월 2일 3500선을 밟은 지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장주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6.07% 오른 9만4400원에, SK하이닉스는 8.22% 오른 4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모두 종가 기준 최고가 기록이다. 코스닥(KOSDAQ)도 전 거래일보다 5.24 포인트(0.61%) 오른 859.49에 장을 마쳤다. 전날엔 ‘엔비디아(NVIDIA)’가 아랍에미리트(UAE)에 AI 칩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장중 1.8%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미국 AI 관련주가 상승하자 국내 반도체주도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3%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10%대인 미국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서며 ‘국장 복귀는 지능 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2일 오전 9시 34분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보다 3000원(4.65%) 오른 9만원을 기록해 2021년 1월 15일 9만1800원 이후 처음으로 9만원을 넘어서며 ‘9만 전자’ 시대를 열었고,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주(株)를 이끄는 SK하이닉스도 이날 오전 9시 44분 기준 전장보다 4만원(11.11%) 오른 40만원을 터치하며 사상 처음으로 ‘40만 닉스’ 고지에 올랐다. 다음 장인 지난 10월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6.07% 뛴 9만4400원에, SK하이닉스 주가는 8.22% 오른 42만8000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 메릴린치, 골드만, 모간서울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바이 코리아’ 행렬이 종일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이날 코스피에서만 1조 원 넘게 순매수한 결과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급증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8000억원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거래자금량이 독버섯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9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마이너스 통장 합산 잔액은 33조1872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중 가장 잔액이 적었던 3월(31조7000억원) 대비 1조4872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월에만 전월 대비 1611억원 감소로 잠깐 주춤했을 뿐, 8월에 4022억원 상승으로 반전했고 9월에도 2253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각종 기업공개(IPO), 주식시장 활황세 등에 올라타려는 개미 투자자들의 ‘빚투(빚 내서 투자) 현상’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달 1일 기준 23조3458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23일에 20조원을 돌파한 신용거래융자는 7월 10일에 21조원, 8월 11일에 22조원, 9월 19일에 23조원을 넘으며 꾸준히 우상향으로 향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 위험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는 지난 10월 9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향후 6개월에서 2년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미국 주식시장의 심각한 조정 가능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정학적 환경 악화, 방만한 재정 지출, 세계적인 재무장화 움직임을 꼽았다. 제이미 다이먼 CEO는 “불확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한다.”라며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해결책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라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CEO의 지적처럼 증시에 급격한 조정이 온다면 빚을 끌어들인 투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허투루 들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환율은 상승)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148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올 7월 1370원대로 하향 안정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세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1420원대로 다시 치솟았다. 연초 이후 달러 가치가 세계적으로 10% 가까이 하락추세(趨勢)를 보이고 있지만 달러 약세보다 원화 약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엔화 약세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새 총리 선출 이후 양적완화 재개 전망에 따른 것이어서 구조적 불확실성을 보이는 한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외환시장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5일(현지 시각)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3500억 달러는 선불(Up front)”이라고 못을 박으며 압박 수위를 높여 ‘버티기 늪’에 빠지며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유럽연합(EU)마저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서며 수입산(輸入産)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대폭 높이면서 미국발(發) ‘관세 도미노(Domino)’가 현실이 됐고,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방산·첨단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규제를 확대한 가운데 이에 대응해 미국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 항공사에 러시아 상공 비행을 금지하는 방안 추진으로 인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기에 취해선 결단코 안 된다. 우선은 대미(對美) 관세 협상을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조기에 불식하는 게 급선무다. 환율 문제는 국가 대외신인도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론 대외 여건 변화에도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다지고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