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판사 '징계 판단 어려워'…대법, 결론 보류

"지귀연 접대 의혹, 직무연관성 인정 어려워" 결론 "확인된 사실관계로만 징계사유 있다 판단 어려워"

2025-09-30     박두식 기자
▲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재판을 이끄는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법원 감사위원회(감사위)'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문제가 불거진 업소에 대한 현장 조사도 벌였으나 '룸살롱'으로 볼 수 없다는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와 동석자들 간의 직무 관련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30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법원 감사위는 지난 26일 3/4분기 정기 회의를 열고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한 결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 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한다"며 이같이 결론 냈다.

지 부장판사를 현재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결론을 기다려 조치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와 감사위가 심의한 대법원 윤리감사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8월 9일 저녁 지 부장판사는 서울 강남구 모 업소에서 이모 변호사, 윤모 변호사와 함께 문제가 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해당 업소에서 술이 나오기 전 종업원이 부탁을 받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리감사관실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지 부장판사가 주문한 술 1병이 나온 후 1~2잔 정도를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떠났고, 이석 전 여성 종업원이 함께 동석한 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 부장판사와 윤 변호사는 교대역 인근 횟집에서 1차를 마치고 이 변호사의 제안으로 문제가 된 업소를 2차로 찾았는데 사전에 어디로 가는지 듣지 못했다고 조사됐다.

"문제가 된 술집에 들어가니 내부는 큰 홀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이브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소위 말하는 '룸살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관련자들의 진술이다.

윤리감사관실은 "이 사건 술집 내부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도 위 진술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는 당일 두 변호사와 1차로 2시간 가량 횟집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고 15만5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1~2잔 마시고 자리를 떴던 문제의 업소에서는 결제를 하지 않았다. 두 변호사가 지 부장판사 이석 후 술을 마셨으며 비용은 이 변호사가 결제했다.

지 부장판사는 1차 자리에서 재판 준비를 이유로 자리를 떠날 의사를 밝혔으나, 이 변호사가 '오랜만에 만나 아쉽다'고 제안해 문제가 된 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연수원 31기인 지 부장판사는 약 15년 전 광주지법 장흥지원에서 근무할 때 지역에서 두 변호사를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호사는 당시 장흥지원에서 실무수습을 하던 사법연수생으로 지 부장판사의 9년 후배이며, 윤 변호사는 법률구조공단 장흥출장소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했으며 지 부장판사보다 7년 후배다.

윤리감사실은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서 맡던 사건 중 두 변호사가 관여하는 사건이 없었다고 봤다. 또 지 부장판사가 최근 10년 간 동석한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을 처리한 적도 없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감사위는 지난 2015년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법에 설치된 기구다. 위원 7인 중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6인은 외부 위원으로 하고 법관 1명이 참여한다.

앞서 5월 정치권에서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법관의 향응 수수 등 관련 사건이라고 보고 같은 달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하며 이번 의혹 조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넉 달 넘게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및 언론보도,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해 지 부장판사 의혹을 감사위 심의 안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기구에 판단을 맡겨 윤리위의 감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고자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5월 14일 김용민·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머물렀다는 유흥주점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지 부장판사에 대한 감찰과 재판 배제도 요구했다.

지 부장판사도 같은 달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공판을 시작하며 "의혹이 제기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곳을 가서 접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당일 해당 업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지 부장판사를 공수처에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