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중교통 환승할인제, 21년 만에 '붕괴 위기' 직면

마을버스 외 지하철과 시내버스도 손실 감수 교통수단 손실 전가 속 시민 공공복리 제공 지자체 환승 손실에도 중앙정부는 외면 중

2025-09-30     류효나 기자
▲ 서울 시내 지하철 개찰구. /뉴시스

서울 마을버스가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 할인 제도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환승 할인제가 21년 만에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대중교통 환승 할인에 따른 적자를 보전해 주는 등 재정 지원 확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환승 할인제에서 공식 탈퇴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2004년 7월 1일 서울시와 체결한 대중교통환승합의서에 따라 환승객이 탑승할 경우 평균 600원 정도만 서울시로부터 정산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계속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서울시와 2004년 7월 1일 체결한 환승합의서를 해지하고 정상적인 신고 요금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교통 환승 할인제도를 고수하려는 서울시는 조합이 탈퇴를 강행할 경우 사업 정지 등 법적 조치를 취할 태세다.

시는 "만약 마을버스가 환승제에서 이탈할 경우 시민은 환승 시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하며 특히 교통약자와 저소득층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을버스조합의 환승 할인제 탈퇴 움직임은 다른 교통수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타 교통수단 역시 환승 할인제로 손실을 감수해 왔기 때문이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란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을 통합해 이용 수단에 관계없이 이용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어떤 대중교통 수단으로 갈아타든 기본요금을 초과할 때 매 5㎞마다 100원(청소년 80원, 어린이 50원)씩만 추가 요금을 내면 되는 방식이다.
 
2004년 7월부터 서울버스와 수도권 전철 간 통합환승할인제를 시작으로 2007년 경기버스, 2008년 광역버스, 2009년 인천버스, 이후 개통된 수도권 전철, 공항철도, 경전철, GTX-A, 한강버스로 확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객은 4회 환승으로 5개 수단 탑승 시까지 환승 할인을 받고 있다.

환승 유효 시간은 하차 후 30분 이내로 제한된다. 단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는 하차 후 60분 이내까지 환승 할인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 노선이나 동일 차량 간 환승 시에는 환승 할인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환승 할인제는 교통수단별로 수입금이 배분되도록 설계돼 있다.

환승이 일어날 경우 승객 1명이 낸 요금은 교통수단별로 배분된다. 수입금 배분은 기본요금 간 비율에 따라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본요금이 더 비싼 수단에 더 많은 수입금이 배분되는 구조다. 기본요금이 적은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적은 수입금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금을 온전히 챙기지 못하다 보니 서울 시내 교통수단은 환승 할인이 제공될 때마다 손실을 떠안게 됐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부터 매년 2000억원 안팎의 환승 손실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에는 환승 손실금이 2728억원에 달했다.

서울 시내버스 업계 역시 2010년도부터 매년 4000억~5000억원대 환승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벌충하는 서울시 예산 집행액은 대부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마을버스 업계는 환승 할인제 도입 후 누적 손실액이 1조원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민영제인 마을버스 업계에서 먼저 환승 할인제 탈퇴가 거론됐지만 사실 공영제인 서울 지하철과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도 환승 손실이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환승 할인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시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야말로 각 운송기관 이용 승객 수를 증가시키는 상생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수도권 통합환승제는 시민 대중교통이라는 공공복리를 증진시키면서도 각 운송기관 승객과 수입금을 늘리는 제도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승 할인이 정착한 지 20년을 넘기면서 대중교통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순히 요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승객이 대중교통을 택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 지자체가 환승 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교통수단 운영기관이나 업체들에 전가하는 방식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환승 할인에 따른 손실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