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김성수 前 카카오엔터 대표 "무죄"

法 "인수 자체 손해 아냐…고가 인수 증명 부족" 김성수 측 "콘텐츠 산업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해프닝"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부문장은 횡령 유죄…집유

2025-09-30     박두식 기자
▲ 부실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300억이 넘는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부실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30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바람픽쳐스는 역량을 인정받은 김은희 작가와 집필 계약을 체결하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드라마 계약을 체결해 거액의 대금을 받는 등 가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인수한 행위 자체로 피해회사(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바람픽쳐스의 실제 가치가 인수 가격인 약 4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 낮은 가격으로 인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상 손해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부문장이 돈을 건넨 경위가 믿기지 않고 그 돈이 바람픽쳐스 인수와 관련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가 인수를 요청했다거나 실제로 고가 인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매매 차익을 나눠가질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므로 이 돈의 수수 행위가 따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어 범죄의 관한 증명이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을 마친 후 김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충실한 심리를 통해 무죄를 선고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 결과가 잘못됐다면 K-콘텐츠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었는데 재판부의 판단으로 혐의를 벗게 됐다"며 "이번 판결로 카카오엔터 구성원들이 위로 받고, K-콘텐츠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이준호 카카오엔터 전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해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금의 규모가 12억5000만원에 이르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 의해 설립된 회사인 점, 사후적으로나마 피해가 전액 회복됐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이 회사 매각을 대가로 319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5646만원을 수수했다고 파악했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된 후 약 3년간 매출이 없었는데 이들은 2019년 4∼9월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바람픽쳐스에 드라마 기획개발비 및 대여금 등 명목으로 33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 자금 중 일부를 사용해 바람픽쳐스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 등을 영입했고,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주임을 숨긴 채 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400억원에 인수된 뒤 같은 금액으로 카카오엔터에 팔렸다.

이 전 부문장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아파트와 골드바 등을 구입했으며, 김 전 대표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 등 총 18억원을 건넨 것으로도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