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가계 빚 ‘최악’에 ‘FOMO’에 달아오른 집값, 파상적 공급 대책 시급
정부가 올해 들어서 6월 대출 규제와 9월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은 오름세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 상승 불안만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6·27 대책’, 9월 주택 공급 확대 및 대출수요 관리 방안을 담은 ‘9·7 대책’ 모두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규제 직후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됐지만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속적인 공급 확대 시그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조차 “과거 대책 대비 가격 상승 폭 둔화 정도가 미미하다.”라고 평가했다.
이들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결국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약발이 다했고, 수도권에 매년 2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져 효과를 내지 못해서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오히려 시장에선 추가 규제 전 서둘러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한 상태다. 규제를 발표할수록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던 문재인 정부의 과오가 재연될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상승세 확산을 하루빨리 막고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울 파상적 공급 대책이 시급한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며 9월 들어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면서 지난 2월 초 상승 전환 이후 34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9·17 서울시의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 연장 조치에도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상승세에 한층 더 탄력이 붙었다. 서울 전역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며 역대 7번째 장기 상승 랠리를 기록 중이다. 전국 아파트값도 상승 폭이 늘었다. 지금 사지 않으면 계속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많이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집값 안정에 대한 일관된 의지를 거듭 밝히고 확실한 부동산공급 강력 정책 추진으로 신뢰를 줘야만 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9월 25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9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9월 넷째 주(9월 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역세권 등 선호단지 위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상승거래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가 오름세를 보이며 0.19%의 상승률을 보여 오름폭을 더 키웠고, KB 부동산 시세로는 한강 이남 11개 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18억 원을 돌파했다. 6·27대책으로 잠시 내림세였던 매매가 변동률이 9·7대책을 발표할 즈음에 상승세로 돌아선 추세가 선명해졌다. 특히 최근 오름세는 서울 강남권은 물론 성동, 마포 등 ‘한강 벨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성동(0.41%→0.59%)·마포(0.28%→0.43%)·광진(0.25%→0.35%)·송파(0.19%→0.35%)·강동(0.14%→0.31%)·용산(0.12%→0.28%) 등 ‘한강 벨트’가 상승세를 주도한다.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한 것은 이들 지역이 향후 규제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대로라면 규제 확대에 앞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더욱 몰리고 악성 부채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이 불문가지(不問可知)이자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무엇보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 국한됐던 과열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어 심상치 않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3040 세대’를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2분기 가계 대출을 받은 차주가 1인당 평균 1억 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66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는 8분기 연속 증가세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세대별로 보면 40대가 1억 2,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 상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매입한 ‘3040 세대’가 빚의 수렁에 깊이 빠진 형국이다.
이렇듯 규제가 실수요자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내 집 마련을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의 “좋은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라는 불안감인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 소외 공포)’만 되레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포모(FOMO)’에 시달리며 은행 창구에서라도 대출 상담을 받으려 발품을 팔고 있다.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자 “더 늦으면 기회를 잃는다.”라는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급 대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관망하던 수요자들까지 매수세로 돌아서며 ‘쏠림 현상(Tipping effect)’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잇단 부동산·가계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뚜렷한 오름세가 계속되고 되고 있다. 성동과 마포 등 ‘한강 벨트’와 경기도 과천과 분당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27 가계 대출 규제’ 영향으로 KB국민과 신한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25일 기준 가계 대출은 8월 말보다 3,73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전달 증가액보다 무려 3조 5,000억 원이나 적다. 8개월 만에 월간 최소 증가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5,199억 원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증가 폭이 전달보다 3조 1,000억 원 넘게 줄며 1년 6개월 만에 가장 작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대출 증가 둔화에도 서울 집값 오름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9%로 상승 폭이 3주째 커지는 추세이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로 대출 지표는 끌어내렸지만, 집값은 전혀 하락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 과천시와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값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분당과 마포, 양천, 강동, 광진구의 아파트값도 지난해 상승률을 훌쩍 넘어섰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정부는 규제 지역을 더 늘리고 대출을 더 조이는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세금 대책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단기적으론 ‘패닉바잉(Panic buying │ 공포 구매)’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이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면 약효는 곧 멈출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수요에 대응하는 확실하고 믿음이 가는 구체적 공급계획을 시장과 공유하는 일이다. 속도를 내기 힘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는 등 공공 주도만으로는 시장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최대한 민간을 끌어들여 단기간 핵심 지역에 물량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공급 대책의 관건은 ‘속도’와 ‘입지’에 달려있다. 지난 9월 25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1만 1,134가구로 직전월 1만 6,549가구 대비 약 33%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9월 수도권 입주 물량은 전월 9,655가구보다 약 41% 감소한 5,695가구로 예상됐다. 특히 서울의 올해 9월 입주 물량은 128가구에 불과하고 오는 10월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고작 41가구라고 한다. 공급 절벽이 더욱 가팔라지기 전 신속한 파상적 물량 확대책 보완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