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화스와프’ 외환위기 방파제…비기축국 한계, 美와 체결될까
정부,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요구 대미 투자펀드 전액 현금 조달 요청 협상 카드 한도·만기 無제한…외환위기 재발방지 안전장치 정부, 방미해 협상 총력전…“환율 협상 협의 완료”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에서 ‘제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3500억 달러(약 493조원) 대미 투자 압박 속에서 한도와 만기 제한조차 없는 ‘상설(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초강수를 미국에 공식 요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비(非)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꺼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국익에 미치는 파급력과 협상 내용의 불균형을 고려할 때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부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미국을 직접 찾으며 협상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28일 관계부처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미 관세 후속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후속 협상 과정에서 펀드 전액을 현금으로 조달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긴급 통화 교환 계약’이다. 위기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미국 측에 통화 스와프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미국 측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외환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3500억 달러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이 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수입물가 상승과 가계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위험이 높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미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대미 관세율을 확보한 상황이라,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는 정상간 회담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성사시켰지만, 실무 협상에서는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3500억 달러 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일괄 집행할 것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채권·주식 등 분산 투자를 통해 달러 유출 속도를 조절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관세 인하 폭과 적용 시점을 두고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협상 불균형을 완화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판’으로 상설 스와프를 제안한 것이다.
상설 스와프가 체결되면 달러 유동성이 언제든지 확보돼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국제 신인도 제고와 외환위기 재발 방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사실상 한도 없는 ‘달러 마이너스 통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상설 스와프를 맺는 길은 쉽지 않다. 달러 패권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연준이 비(非)기축통화국과의 상설 스와프 체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임에도, 대규모 투자와 협상 불균형을 고려할 때 한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요구할 정당성과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현재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을 직접 방문하며 협상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방미(訪美)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면담하고 한미 통화스와프 등 양국간 통상 이슈를 논의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미국과 환율 협상은 이번에 협의가 완료됐으며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