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첫 연단 오른 李대통령, 北측 바라 보며 “적대행위에 뜻 없어”
‘대한민국’ 33회 ‘평화’ 25회 ‘민주주의’ 12회 언급 ‘대한민국 국제사회에 완전 복귀’ 선언 후 박수받아 대통령실 “北 측 1~2명, 李대통령 연설 동안 자리 지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에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완전한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신뢰 회복 및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연설에 자리한 북한 측 인사들을 바라보며 “적대행위에 뜻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20여 분 가까이 기조연설을 이어갔다. 감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착용하고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미국·인도네시아 정상 등에 이어 7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연설은 한국 시각으로 새벽 1시49분께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통상 각국 정상에 배정된 연설 시간인 15분보다 5분 더 긴 20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 할애했던 11분의 두 배에 가까웠다.
연설에 앞서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의장석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고, 의장석에서도 함께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한민국(33회)’이었다. 이어 ‘평화’를 25회, ‘민주주의’를 12회씩 언급했다. ‘협력(9회)’과 ‘한반도(8회)’ 등도 주요 키워드가 됐다.
연설 중에는 박수가 총 3회 나왔다. 이 대통령이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고 발언할 때 각국 정상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 중 큰 손짓이나 제스처는 없었지만,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의 해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검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강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반도 정책을 설명하며 북한을 향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할 때는 본인을 기준으로 연단의 오른쪽에 위치한 북한 대표단 자리를 바라보며 발언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북한 측 인사 1~2명이 이 대통령의 연설 동안 북한 대표단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이들의 정확한 신상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이번 유엔총회에 차관급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파견했는데, 오는 29일 연설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 이후 좌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며 연설을 마친 후에는 각국 정상이 10초가량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연설 중에는 화면이 미국과 중국 대표단 자리를 비추기도 했다. 이들은 통역기를 귀에 끼고 턱을 괴거나 펜으로 메모를 작성하며 이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한국 대표단 자리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차지훈 주유엔대사, 임웅순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발코니석에는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최희덕 국가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이날 유엔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엔총회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조야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찬을 갖고 한미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나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