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없이 美 3500억불 현금 투자시 외환위기 직면할 것
“타당성 보장하는 합의 도달해야 하나…간극 좁히기 어려워” 北 비핵화엔 “트럼프·김정은 북핵 동결 합의하면 수용 가능” “한미일 강화→북중러 강화되는 악순환…중간 어딘가 자리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협상 관련해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국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고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며 “실무 협상에서 제시된 안들은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지 못해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협상을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혈맹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알리겠다고 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에 대해선 “가혹한 대우로 한국인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 행정부의) 의도적인 행위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으며, 합리적인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현재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의 급작스런 단속이 한미 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세·안보 패키지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이 안보 문제와 무역 협상을 분리하길 원한다”고 전하며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 불안정한 상황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이 겪은 가혹한 처우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핵 생산 동결은 임시적인 비상 조치로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핵을 폐기하지 않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생산 동결에 합의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라는 궁극 목표를 향해 결실 없는 노력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일부라도 달성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중·러 정상 회동에 대해서는 “한국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으며, 한국은 바로 그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 인터뷰에서는 “한미일 협력이 심화할수록 북중러 간 협력이 강화되는 경쟁과 긴장의 악순환 구조(escalatory spiral)가 형성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해 미국·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양 진영 모두 서로에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 중간 어디인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분명히 규탄 받아야 하며 전쟁은 가능한 한 빨리 종식돼야 한다”면서도 “국가 간 관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