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행 주담대 더 옥죈다…‘영끌’로 집사던 시절 끝났나
내년 신규 주담대 위험가중치 15%에서 20%로 상향
정부가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높이기로 하면서 내년 은행권 신규 주담대 공급 규모가 약 27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연이은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은행들의 자체 공급 축소로 ‘빚내서 집사기’는 더 어려워지게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상향되면 은행권의 신규 주담대 공급 규모는 약 27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내년 신규 취급분부터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기로 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은행의 주식·펀드 투자에 원칙적으로 400%를 적용하던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250%로 낮추겠다”며 “주택과 부동산으로의 자금쏠림 완화를 위해 신규 취급분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상향되면, RWA가 늘어나게 돼 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은행들은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는데, 당장 자본확충이 어려울 경우 신규 주담대 축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은행권의 내년 주담대 축소 규모는 연간 신규 주담대 공급액 총 275원 중 10% 수준인 약 27조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험가중치를 강화했을 때 은행들이 자본을 쌓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도, 주담대를 줄일 수도 있어 일률적으로 얼마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여러가지 가정을 넣어 판단한 결과 최대 27조원 가량 주담대가 줄어들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은행권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게 되면 은행들이 고신용자나 우량 담보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관리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금리인상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주식·펀드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낮아진다. 주식의 위험가중치는 현행 400%에서 250%로 낮춘다. 다만 3년 미만 단기매매 목적의 비상장주식과 벤처캐피탈(주식)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31조6000억원의 위험가중자산이 줄어 총 73조5000억원의 기업대출 여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자금 흐름의 물꼬를 부동산 시장에서 모험자본으로 전환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벤처·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