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바지매수인' 내세워 693억원 전세사기 71명 검거

수도권 306개 빌라 매수 후 임대계약 점조직 형태 활동…바지매수인 내세워 형사 처벌 피하려…매수인당 1~2채만

2025-09-18     류효나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의 현판. /뉴시스

경찰이 명의만 빌려주는, 이른바 '바지매수인'을 내세운 '점조직 형태' 전세사기 일당 71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18일 수도권 빌라 수백 채를 '무자본 동시진행 수법'으로 693억을 편취한 총괄 모집책 A씨, 매수인 브로커 B씨, C씨 등 전세사기 일당을 검거하고 사기 혐의로 이달 초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빌라 306채를, 빌라를 매수할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준 바지매수인 앞으로 매수하며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306명에게 보증금 693억을 뺏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B·C씨는 생활고 등을 겪는 바지매수인에게 명의 제공 대가로 30~100만원을 지급하고, 컨설팅업자로부터 1건당 200~1500만원을 리베이트로 수수해 총 18억원가량 불법 수익을 취득했다.

이들은 대개 임대사업자 1명이 다수 빌라를 매수하는 전세사기와 다르게, 바지매수인 1명당 2채 정도까지만 매수해 'HUG 악성임대인 명단' '국토교통부 악성임대인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이 형사고소 하더라도 단순한 민사사건으로 보이게 하는 등 조직적 범행이 드러나지 않게 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약 540개의 계좌 거래 내역 등을 추적해 점조직 형태인 이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실질적으로 바지매수인이 한 사람당 한두 채 정도만 매입해서 허그를 통해 확인이 불가했다"며 "브로커 역할을 하며 더 많은 빌라를 매입할 기회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인 개인으로서는 금방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전세 계약을 했는데 돈을 낸 뒤 입주하는 시기에 집주인이 바뀌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2년 뒤에 허그에서 돌려받는다 하더라도 이런 범죄가 확인되지 않으면 같은 수법으로 계속 범행을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