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펀드 한미간 입장차…‘마스가’ 영향 주시

韓기업, 이미 1500억달러 투자안 발표 수익 배분·투자 대상 등 디테일도 과제 3500억달러 직접 투자 비중 확대 요구

2025-09-15     박두식 기자
▲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 한국 협상단이 한미 관세 협상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부가 3500억달러(48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 방식을 놓고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요구대로 현금으로 상당 부분을 채우려면 기업들의 투자도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관세 협상 타결 당시 1500억달러(20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은 현금 투자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 정부 간 후속 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협상 직후부터 보증과 대출 비중이 클 것이고, 후속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겠다고 했다. 실질적인 기업 부담은 적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려면 정부의 외환보유고 8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라는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직접 투자 금액 일부를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한국 산업계는 지난 7월말 3500억달러 투자 펀드와 별개로 15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는 투자 카드는 이미 이때 모두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HD현대는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역시 정부가 협상하는 펀드와는 별개 투자다. 한화도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수익 배분과 투자 대상 선정 방식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수익금을 투자금 회수 전까지는 50%씩, 이후 90%를 자신이 독식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직접 투자 비중은 높이고, 수익 배분도 9대1에 합의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일본식 합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투자 대상 선정도 한미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선박을 공동 건조하려면 기자재 업체, 협력업체의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영역에 한미 투자 펀드가 활용되면 기업 부담은 줄고, 미국 조선업 부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 단계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