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한일회담 반대해 불법 구금됐던 학생…법원 "국가배상책임 인정"

2025-09-14     박두식 기자
▲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DB)

60여년 전 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가 군검찰에 불법 구금돼 수사를 받았던 대학생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9단독 김용희 부장판사는 A씨와 B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 A씨에게 5573만여원, B씨에게 4950만원 및 각 돈에 대해 2025년 8월20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1964년 6월3일 대학생들은 서울 시내에서 한일회담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같은 날 오후 9시50분에 서울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옥내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며, 비상계엄 지역 내에서 압수·수색·체포·구속에 관해 법관의 영장 없이 이를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계엄포고를 발령했다. 

A씨는 1964년 6월2일 여관에서 해당 시위에 사용할 현수막을 만들던 중 경찰에 체포됐으며, B씨는 같은 달 4일 서울 종로에서 불심검문을 통해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후 영장 없이 구속된 A씨 등은 군검찰에 의해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됐고, 계엄포고가 해제된 뒤 검찰이 사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같은 해 7월29일까지 불법 구금됐다.

A씨 등은 1964년 9월 국회에서 '6·3사태 관련 구속 학생 석방 건의안'이 가결된 뒤에야 보석으로 출소했다.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혐의가 가볍다는 이유로 공소를 취소했고, 법원에서도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한일회담 반대운동 대학생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이라 하며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이에 피해자로 인정된 A씨 등은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되고 위법한 수사 및 기소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국가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 자체가 위헌·무효에 해당해 A씨 등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뤄진 이 사건 구금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이라며 "이 사건 계엄포고의 적용·집행 및 이 사건 구금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