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취업 청년DB’ 만든다…”단군 이래 최고 스펙들이 쉬고 있다”

청년고용률 16개월 연속 감소…’쉬었음’은 40만명 돌파 노동부, 장기 미취업자 발굴해 맞춤 지원…AI 훈련 강화 “막막함에 포기하지 않고 일터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할 것”

2025-09-10     박두식 기자
▲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청년고용률이 16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쉬었음 청년’이 4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에게 일자리 진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직업훈련을 강화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청년에게 첫 일자리는 성인으로 사회에 나서는 첫걸음이고 미래를 향한 여정의 시작점이지만, 취업하지 않고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이 40만명선에서 줄지 않고 있다”며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쉬었음에 빠지는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의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진짜 성장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고, 청년이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답해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동부는 청년 타운홀 미팅 등 간담회와 심층면접(FGI)을 진행해 청년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청년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기업들의 경력자 선호와 구직자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으로 인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하고, 취업을 못하면 경력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점진적으로 일터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열악한 노동환경과 함께 임금체불 등 기본적인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일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장기 미취업 청년의 발굴·회복 지원 ▲구직청년의 인공지능(AI) 시대 일할 기회 확대 ▲재직 청년에게 기본을 지키는 일터와 성장환경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도입한다.

우선 쉬었음 청년을 발굴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미취업 청년DB’를 구축하기로 했다. 학교, 군 장병, 고용보험 등 행정정보를 당사자 동의 하에 연계해 연간 약 15만명의 장기 미취업 청년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퇴사를 반복하는 경우나 고립·은둔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관계 부처 지원사업에 연계하고, 실패가 허용되는 포용적인 일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심리상담도 병행해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는 전 산업 분야에서 AI 활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을 강화한다.

노동부는 지난 5년간 10만명 이상의 IT 인재를 양성한 ‘K-디지털트레이닝’ 사업을 개편해 청년 5만명에게 AI과 인공지능전환(AX) 전문 인력 양성 등 훈련을 제공할 계획이다. 훈련을 수료하면 관련 일경험을 연계해 현장 직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2000명 규모 시범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첫 취업 소요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를 고려해 구직기간 생계 부담 완화를 위해 구직촉진수당을 현행 50만원에서 내년부터 60만원으로 인상하고, 향후 단계적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