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부동산 대책, 전세대출 조이자 월세로 전환 가속화 …“서민 부담 커”

작년 말 전세대출 규모 200조…연평균 18.5% 늘어 6·27 대책에서도 전세대출 보증 비율 축소 등 규제 “월세화 가속 우려…서민 주거 안정 장치 병행해야”

2025-09-10     박두식 기자
▲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시된 월세 매물 정보. /뉴시스

수도권 입주물량 감소로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9·7 대책으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전세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일원화됐다. 기존에는 보증사별로 수도권 1주택자 전세대출한도가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이었지만 지난 8일부터 2억원으로 제한됐다.

이번 대책으로 기존 주택을 보유하면서 다른 지역에 전세로 거주 중인 세입자들의 대출 한도가 평균 약 6500만원 줄어들게 됐다. 당장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은행권에는 전세 갱신 계약을 앞두고 있던 차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서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고,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1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기존 90%에서 80%로 축소했다.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출금 90%까지 변제해줬지만, 이를 80%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도 줄었다.

정부가 6·27 대책에 이어 9·7 부동산 대책에서도 전세대출 규제에 나선 것은 전세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전세대출 규모는 46조원인데 지난해 말에는 4배 이상 늘어난 200조원으로 집계됐다.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8.5%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 5.8%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했고, 전세가격이 오르자 매매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6·27 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 계약이 빠르게 확산했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가 늘어난 가운데 임대인 역시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물량도 변화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2927건으로 6·27 대책 발표(2만4855건) 이후 7.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물건은 1만8796건에서 1만9259건으로 2.4% 증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 한도 축소 등 임차시장과 관련된 부분은 장기적으로는 필요할 수 있지만, 빠른 공급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서민층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공급 효과가 체감되기 전까지의 서민 주거 안정 장치를 병행하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