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질병 전담' 조직 신설…산재처리 '최장 4년→120일'로 앞당긴다

고용부, 산재처리 단축 방안 발표…2027년까지 마련키로 중량물배달원 등 근골격계 질환 다발직종 특별진찰 생략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전담 조직…AI 시스템 도입 내년 산재신청부터 불승인까지 돕는 '국선대리인' 신설

2025-09-01     박두식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27년까지 평균 228일이 걸리던 산재 처리 기간이 120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산재 피해를 당한 노동자가 질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특별진찰,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 여러 단계 판단 절차를 거친다. 이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이 지난해 기준 227.7일(약 7개월) 소요되고 최장 4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에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단축을 신속 추진과제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방안 발표는 국정기획위 제안에 대한 후속 조치다.

우선 고용부는 산재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재해 조사 기능을 강화해 2027년까지 처리 기간을 평균 120일까지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전체 업무상 질병의 5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내장인테리어목공, 건축석공, 환경미화원, 중량물배달원 등 다수 발병 직종 32종에 대해서는 특별진찰 없이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 및 판정위원회 심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특별진찰에 추가로 걸리는 기간은 평균 166.3일로, 특별진찰이 생략되면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는 향후 건설업의 시스템비계공, 방수공 등 현장 제안이 있었던 직종에 대해서도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 단체급식 조리종사자의 조리흄 노출로 인한 폐암, 용접종사자에게 발생한 안과질환 등 질병과 유해물질 간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도 역학조사 의뢰 절차가 생략된다.

업무관련성이 이미 확인된 경우는 판정위원회에서 재차 업무관련성 심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특별진찰 결과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이미 확인된 경우는 판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근골격계 질병, 뇌심혈관계 질병, 직업성 암, 정신질병 중 유해요인 노출 수준이나 근무기간 등의 일정 기준을 충족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되는 '추정'의 경우는 더욱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발생 빈도가 높아 선례가 다수 축적된 직종과 상병 중심으로 질병 추정 범위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어깨·회전근개 파열에 건설업 비계공을 추가하고 허리·요추간판탈출증에 건설업 철근공, 조선 전장공, 타이어 가류, 배전활선전공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재해조사 기능 강화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전담조직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청 상병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은 지역본부·지사 64곳에, 직업성 암·만성폐쇄성 폐질환은 서울본부 1곳에 전담조직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을 의무화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재해조사 인력도 충원할 방침이다.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도 구축해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올해 연말까지 '집중 처리 기간'을 운영해 현재 특별진찰과 역학조사 병목현상으로 계류 중인 장기 미처리 사건을 중점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년부터는 산재 신청부터 산재 불승인에 대한 이의제기(심사·재심사·소송)까지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된다.

또 업무상 질병 행정소송 판례를 분석해 질병별 반복 패소 원인을 진단·유형화하고, 패소율이 높은 질병에 대해서는 인정기준을 재정비·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근로복지공단이 패소했을 때도 상소 제기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그동안 산재 처리 기간 지연으로 불편을 겪어온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라며 "산재를 신청한 이후 아픈 몸으로 길게는 수년까지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보상법의 핵심 가치인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