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 9년 만에 '3.5%' 최고 인상
정부, 내년 공무원 보수 3.5% 인상 심의·의결 최저임금 인상률 2.9% 넘어…9년 만에 최대폭 공무원 인기 하락에 공직 이탈 고려 조치 분석
정부가 내년 공무원 보수를 9년 만에 최대폭인 3.5% 인상하기로 하면서 그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심화됐던 공무원 인기 하락과 공직사회 대거 이탈(엑소더스) 현상이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3.0%)에 이어 2년 연속 3%대 인상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2.9%)과 정부 및 한국은행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0%)를 모두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017년 3.5%를 기록한 뒤 2018년 2.6%→2019년 1.5%→2020년 2.8%로 오르내리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0.9%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2년 1.4%→2023년 1.7%→2024년 2.5%→2025년 3.0%로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정부가 내년 공무원 보수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은 민간 기업과 비교해 낮은 임금과 이로 인한 공무원 인기 하락, 사기 저하에 따른 공직사회 이탈 문제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는 2020년 90.5%에서 2023년 83.1%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3.9%로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올해 9급 초임(1호봉) 공무원 보수는 200만882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전체 보수는 연 3222만원(월평균 269만원)이다.
이로 인해 공무원 인기도 갈수록 하락하는 모습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7·9급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34세 청년은 12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5만9000명) 대비 3만명 감소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다. 정점인 2021년(31만3000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 평균 경쟁률이 44.6대 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9급 공채 경쟁률은 24.3대 1로 9년 만에 반등하기는 했지만 인기 회복의 신호탄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공직 입직 후 저연차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의직 의향과 퇴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년 공직생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공무원 의직 의향은 3.48점(5점 만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하위직인 8~9급의 의직 의향이 가장 높았다. 이직 의향 이유는 '낮은 보수'(66%)가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직 5년 미만 공무원의 조기 퇴직자는 2019년 6663명→2020년 9258명→2021년 1만693명→2022년 1만3321명→2023년 1만3823명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1년도 채 안 돼 퇴직한 새내기 공무원은 2023년 3021명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어렵게 공직 시험에 합격하고 퇴직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보수가 적어서 그런 거냐.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라는데 진짜 그렇냐"면서 제도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공무원 노조는 일단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정부와 노조, 전문가로 구성된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2.7~2.9%로 결정해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노조가 당초 요구한 6.6%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진전된 성과"라는 평가다.
다만 공무원 노조는 "여전히 공무원의 생활 안정과 민간 임금 수준과의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특히 하위직과 청년 공무원의 보수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무원 보수가 민간 대비 100%까지 인상될 수 있도록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정액급식비 및 6급 이하 직급보조비 등 각종 수당 인상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저연차 공무원 보수 추가 인상분과 수당 관련 사항은 연말께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 9급 초임 공무원 보수는 추가 인상분 3.6%를 더한 6.6%였으며, 정부는 2027년까지 9급 초임 보수를 월 300만원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아울러 육아휴직수당 인상, 배우자 임신 검진 동행 휴가 신설, 5급 선발 승진제 신설, 무주택 저연차 공무원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공직 여건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다만 "9급 초임 외 8급, 5년차 이후 공무원은 그간 임금 인상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이들 중저연차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