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달라진 출산 풍경 '50대 늦둥이 아빠' 늘고 있다
작년 '아버지가 50세 이상인 출생아' 1.1% 취업난에 따른 혼인 지연, 재혼 증가 영향
방송인 김구라(54)씨, 배우 신현준(56)씨, 배우 정준호(55)씨.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50대에 아빠가 된 연예인들이라는 점입니다.
김구라씨는 지난 2021년 52세라는 늦은 나이에 늦둥이 아빠가 됐고, 신현준씨는 54세에 셋째 딸을 품에 안았습니다. 특히 신현준 씨는 한 방송에 나와 "너무 소중해서 매일 감사할 뿐"이라며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죠.
정준호씨도 2019년 51세에 둘째 딸을 낳아, 현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50대 늦깎이로 새 새명의 기쁨을 안은 이들의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반백살 아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27일에 발표한 '202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아버지가 50세 이상인 출생아 비중'은 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993년(0.1%)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20여 년간 바닥을 전전하던 이 비중은 2017년이 돼서야 겨우 0.5%를 넘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0.6%)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면서 불과 6년 만인 2023년 처음으로 1.0%를 넘었고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입니다.
이는 출생아 수 급감, 경제적 불안에 따른 혼인 지연, 재혼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우선 출생아 수 자체가 지난 수십 년간 큰 폭으로 줄면서 모수 자체가 작아진 점이 있을 겁니다.
실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1993년(71만5826명)과 비교해 47만7526명 줄어든 수치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수가 22년 만에 약 66.7% 감소한 것입니다.
또 청년층의 취업난 등 경제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결혼 연령 자체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혼이 늦어지니 자연스럽게 출산 연령도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남성의 평균 초혼 나이는 1990년대 29세에서 최근 34세로 높아졌습니다. 결혼이 늦어지니 첫 자녀 출산도 자연스럽게 30대 후반~40대로 밀렸습니다.
1993년에는 아버지 연령대별 출생아 가운데 25~29세(38.5%)와 30~34세(43.9%)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35~39세(37.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30대 후반 출산이 '표준'이 된 셈입니다.
특히 20~24세에 아버지가 된 이들은 1990년대 초반 45%에서 지금은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주거비·취업난 등 경제적 부담이 청년 세대의 결혼을 늦추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된 소득과 주거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 결혼과 출산을 후순위로 미루게 하는 것입니다.
재혼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50대 늦깎이 아빠' 비중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전체 혼인에서 '남녀 모두 재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4%를 차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장년층이 다시 아이를 갖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죠.
통계청 관계자는 "출생아 수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혼인·출산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아버지 연령대 분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50세 이상 고령 부의 출생아 비중은 혼인 연령 지연, 재혼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0명을 밑돌며 아이 한 명도 소중한 이 시점에, '50대 늦둥이 아빠'가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 시대에 더욱 값집니다.
다만 고령 부모가 늘어나는 것 또한 현실인 만큼 아이 건강과 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 대책 등 부모 세대의 연령 변화에 맞춘 맞춤형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