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中과 지리적 가까워 불가피한 관계 유지…美에 어긋나게 판단 못해”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기대면서 실익은 중국에서 챙긴다는 미국 싱크탱크 연구소장의 지적에 “지금은 우리가 (중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불가피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가고 있는 것이지, 미국의 기본 정책에 어긋나게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DC 소재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존 햄리 CSIS 소장이 ‘한국은 항상 한미동맹을 견지해왔으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자유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또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한국도 과거와는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부연했다.

대북 및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대해서는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은 억압한다고만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하게 제압은 하되,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도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 그래서 더 이상 (위협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게 하는, ICBM 개발도 멈춰서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게 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햄리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소회를 묻자 “참모들 사이에는 ‘젤렌스키와 트럼프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저는 이미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3시간여 앞두고 오전 9시20분께 트루스소셜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WHAT IS GOING ON IN SOUTH KOREA? Seems like a Purge or Revolution)”고 적은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생중계 소인수회담에서 젤렌스키(우크라이나)·라마포사(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처럼 ‘트럼프 매복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왜냐하면, 제가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 ‘The Art of the Deal’을 읽었기 때문”이라며 “이 분이 하나의 협상 기술로 상대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게 책에 있고,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중요해서 거기 상처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우리 회의나 식사시간 얘기는 매우 진지하게 협력적으로 이뤄졌고,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되고, 양해되고, 격려받았기 때문에 예정시간을 넘겨서 대화하게 됐다”며 “그래서 결과는 아주 좋았다”고 강조했다.

햄리 소장과의 일문일답에 앞선 연설에서는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에 발맞춰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 모았다”며 “우선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안보 동맹과 경제 동맹에 더해,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익 중심의 실용 동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며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21세기 미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과 자산을 도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방역량 강화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한미 간 첨단 방산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변화하는 안보환경과 위협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능력과 태세는 더욱더 확대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파트너가 일본”이라며 “한미일 3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처하며, 인태(인도태평양)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무한하기 때문”이라며 “함께라면 우리는 더욱 위대한 것을 이뤄낼 수 있다. 그 영광의 순간을 위해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