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구 줄고 그냥 쉰 청년 늘어 9조원 경제 손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2025-08-2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통계청이 지난 8월 13일 발표한 ‘2025년 7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며 일할 의사조차도 없는 ‘쉬었음’ 청년(20~29세)이 42만 1,000명으로 1년 전 41만 6,000명보다 5,000명(1.5%↑)이나 증가하면서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최근 5년(2019~2023년)간 총 44조 5,000억 원에 달해 연평균 경제적 손실이 8조 9,000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대학교 졸업 이상의 이른바 ‘고학력 청년 백수’는 계속 늘고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8월 18일 창원대 이미숙 교수에게 의뢰한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제하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총 44조 4,991억 원으로 추산됐다. 연도별 ‘쉬었음’ 청년 인구와 이들의 예상 소득, 고용주의 사회보장부담금을 합산해 산정했는데 이에 따른 연평균 경제적 손실이 약 8조 8,982억 원에 가까운 규모로, 2019년 약 7조 4,140억 원에서 2023년 9조 5,969억 원으로 5년 새 무려 2조 1,829억 원(29.44%↑)이나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조 4,140억 원, 2020년 9조 5,435억 원, 2021년 8조 6,329억 원, 2022년 9조 3,118억 원, 2023년 9조 5,969억 원 등으로 계속 증가세로 나타났다. 이 기간 ‘쉬었음’ 청년 인구는 2019년 36만 408명, 2020년 44만 8,292명, 2021년 41만 8,408명, 2022년 38만 9,627명, 2023년 40만 599명 등이었다.

통계상 ‘쉬었음’ 인구는 학업이나 육아 같은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리킨다. 20대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데도 ‘쉬었음’ 청년은 번번이 최고 기록을 쓰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구체적 비용이 추산됐다. 연구진은 성별, 나이, 교육수준 등 ‘쉬었음’ 청년과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가진 ‘취업 청년’들이 받는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이들 ‘쉬었음’ 청년들이 취업해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소득의 크기로 간주해 경제적 비용을 산정했다. 이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예상 월 소득은 2023년 기준 약 180만 원으로 취업 청년의 82.7% 수준이었다. 예상 소득이 취업 청년의 평균 임금에는 못 미치지만 “그러함에도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이란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렇듯 ‘쉬었음’ 청년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늘어난 건 이들의 전체 규모가 늘어난 데다, 취업을 했을 때 고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큰 고학력자 비중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2019년 약 36만 명에서 2023년 4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청년 인구가 약 966만 명에서 879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상반된다. ‘쉬었음’ 청년 중에서 대학교 이상의 고학력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대학교 이상 학력의 ‘쉬었음’ 청년은 2019년 약 13만 2,530명에서 2023년 약 15만 3,395명으로 늘었다. 전체 ‘쉬었음’ 청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약 36.8%에서 2023년 약 38.3%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청년들이 일할 의지를 잃고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건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 고용 한파가 지속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제한적인데, 이마저도 경력직 채용 위주로 재편되면서 많은 청년이 구직을 단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를 완화해 나가겠다면서 과제 중 하나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제시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같은 사회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도급, 심지어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격차를 말한다. 단순한 임금 차이를 넘어 고용 안정성, 복지, 승진 기회 등 많은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노사 문제도 부상(浮上)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와 함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과제 중 하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임금과 저임금의 격차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사회적 불균형과 기회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첫 직장에서부터 불균형을 체감하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공정한 노동 환경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공정함’이란 동일(同一)한 처우뿐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별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일의 형태를 존중하는 제도적 유연성도 공정의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란 관점에서 볼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단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때마침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난 8월 10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것과 5인 미만 사업장에도 2027년까지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의 두 가지가 핵심 골자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1차 시장과 영세사업장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2차 시장 간에 벌어진 간극(間隙)이 지나치게 큰 게 문제다. 2차 시장 근로자는 1차 시장 근로자들에 비교해 임금, 복지, 고용 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열악하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됐다. 이 고령화 롤러코스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현재 한국의 평균 나이는 45세다. 5년 내 한국을 밀어내고 세계 경제 12, 13, 14위를 꿰찰 나라들의 공통점은 낮은 평균 나이다. 스페인은 43세, 호주는 38세, 멕시코는 29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젊은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과 ‘N포 세대(취업난과 주거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는 이를 웅변으로 극명하게 항변하고 있다. ‘이생망’의 우울감을 ‘인생마(인생은 마라톤)’로 반전하는 삶의 지혜와 의연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 14만여 건 중 82%가 경력직 대상이었고 신입만 뽑은 곳은 3%도 안 됐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 중 대졸 이상의 고학력 청년 비중이 역대 최고인 41%를 넘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월 18일 잡코리아가 발표한 ‘2025 상반기 채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 채용공고 건수는 작년 하반기 대비 8%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채용공고 건수는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 여파에 기업들이 소수의 핵심 인재 중심으로 채용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올 상반기 비정규직 채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계약직과 인턴 채용은 각각 3%, 11%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 채용은 9% 감소했다. 인공지능(AI) 인재를 향한 채용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공고는 올 상반기 8% 늘었다. 잡코리아는 하반기 구인 기업을 위한 채용 전략으로 ▷다이렉트 소싱, ▷모티베이션 핏, ▷검증 인재풀 구축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구인 기업들은 ‘다이렉트 소싱(Direct Sourcing │ 전통에서 확장으로)’ 및 ‘아웃바운드(Outbound │ 글로벌 리테일 채널)’ 채용을 통해 적합 인재의 구직 수요를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과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건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도 ‘쉬었음’ 청년은 42만 1,000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건설업 불황과 미국발 관세 전쟁 등의 여파로 일자리 위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 1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8%, 내년에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건설투자 부진으로 0.8%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금리 하락세와 소비부양책 등으로 하반기 이후 부진이 완화되면서 올해와 내년에 각각 1.3%, 1.5%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라 지난해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올해와 내년에 각각 2.1%, 0.6%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16만 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이 내년엔 11만 명으로 5만 명이나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경제적 자립에 실패하면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이 무너지고 저출산 고착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기업 투자를 북돋아 청년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드는 게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로자 권리 강화에만 힘을 쏟을 뿐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대책은 눈에 띄지 않아 보인다. ‘쉬었음’ 청년을 발굴하고 실태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지자체-학교-복지기관 간 협약 및 취업으로 연계하는 정보공유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청년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당근 정책으로 정부가 서둘러 ‘일자리 마중물’을 댈 필요가 있다. 무기력 극복 프로그램, 청년 회복형 근로 장학제도 등 심리적 치유와 회복 그리고 경제활동 촉진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무엇보다 ‘쉬었음’ 청년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함께, 내수 진작, 규제 완화 등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신규 고용 여력 확대 노력을 간절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