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 "北으로 돌아가겠다" 통일대교서 제지

2025-08-20     박두식 기자
▲ 전쟁포로인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20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남단에서 안학섭송환추진단과 함께 검문소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비전향장기수 안학섭(95)씨가 북한으로 가겠다며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민중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파주시 소재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연 뒤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다.

안씨는 고령인데다 건강 문제로 인해 차량에 탑승해 이동했다. 통일대교에 도착한 안씨는 차량에서 내려 추진단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전 허가가 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제지를 받았다.

판문점은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에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이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를 건너려면 군 당국 허가가 필요하며, 판문점 등 DMZ 출입에는 정전협정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허가가 있어야 한다.

군의 제지로 발길을 돌린 안씨는 취재진 앞에 인공기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해 119구급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앞선 집회에서 안 씨는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자주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간다"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6·25전쟁 중이던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간첩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 뒤인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감했다.

안씨는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로서 북한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으나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를 선택했다.

당시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해온 비전향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으며, 이후 이 같은 논의는 계속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