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의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특단 조치…“감축의지 선행돼야”
정부 “방향성 제시 먼저…방안은 업계 의지가 우선” 공급과잉에 여천NCC 등 가동중단…줄도산 우려 확산 정부·업계, 골든타임 공감…고부가 ‘질적 전환’ 분수령
정부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관계부처·업계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개편의 방향성을 발표한다는 계획인데, 업계 스스로 감축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먼저 보여야 정부 차원의 금융·세제 지원이 뒤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침을 발표한다.
산경장은 산업 분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범부처 회의체로,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개편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겠지만 구체적인 ‘구조 재편 방안’을 발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구조재편 방안이 이번 달 안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설비 감축이나 통합 같은 재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대주주가 어떤 분담을 할지 기본적인 동의가 이뤄져야 정부도 금융·세제·공정거래법·연구개발(R&D) 지원 등 구체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를 만나 개별기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과 전체적인 감축 범위 등 실무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번주 산경장을 열어 향후 대책의 방향성과 업계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방침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최근 수년간 중동과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여파로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범용 품목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 3위 에틸렌 생산 업체인 여천NCC는 지난 8일부터 여수 3공장 가동을 임시중단했다. LG화학·롯데케미칼 등도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를 철거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불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석유화학 기업 절반은 3년 내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 상태다.
정부는 작년 말에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납사·원유 무관세 연장, 에탄 도입 패스트트랙 지원, 공업용 LNG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등 원가 절감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장기화된 불황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 스스로의 사업 재편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자발적 구조조정’이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문신학 1차관을 필두로 지난달부터 석유화학 기업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 사업 재편 계획을 취합하고, 설비 감축과 합작법인 설립, 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련한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업계와 정부 모두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질 경우 생산라인 조정은 불가피하며, 동시에 고부가가치·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책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결국 업계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범용제품 중심의 ‘양적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 소재 중심의 ‘질적 전환’을 해낼 수 있을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