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군 공무원들 민방위복 '라임색' 깔맞춤…"녹색 입다가 찍힐라" 속앓이

민주당 시장·군수 지자체 공직자, 라임색 민방위복 찾아나서 공직 스스로 정치화…"행안부가 정리해줘야" 의견도

2025-08-17     박두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속한 경기지역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대책회의가 진행 중이다. /뉴시스

경기도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라임색 민방위복을 맞춰 입으면서 일선 공무원들까지 눈치를 보는 등 정치적 줄세우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자들은 녹색 민방위복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남긴 유물, 탄핵의 대상'이라며 이를 합리화하는가 하면,  정부가 녹색과 라임색 두 가지 색 모두를 허용하면서 중립의무를 이행해야 할 공직자들을 정치판에 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A 시의 한 팀장급 공직자는 지난 14일 시장이 주재하는 재난안전대책회의에 참석했다 당황스런 상황에 맞닥뜨렸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간부 공무원들이 라임색 민방위복을 착용하고 있어서다.

회의 직후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라임색 민방위복을 빌려보려고 했지만 거구의 팀장에게 맞는 라임색 민방위복을 가진 직원은 없었다. 담당부서에 제고가 있을까 문의를 했지만, 보관창고에 쌓인 제고품은 모두 녹색의 신형 민방위복이었다.

B 시의 한 공직자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을지훈련이 걱정이다. 지급 받은 녹색 민방위복은 있지만 시 전반적으로 라임색 민방위복으로 통일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에 '라임색 민방위복'을 검색하니 3만6000원~6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구매를 할까, 동료들과 돌려 입을까, 눈치 내려놓고 녹색 민방위복을 입을까, 고민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난회의 참석이나 재난현장 방문 시 라임색 민방위복을 착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경기도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단체장부터 간부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라임색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 공식적으로 라임색 민방위복으로 통일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기초자치단체 공직자들이 새로 보급된 녹색 민방위복을 착용하거나 라임색 민방위복을 혼용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2023년 개정된 민방위법 시행규칙은 46조(복제의 제작 양식)와 이에 따른 별표3에서 민방위복의 색깔을 녹색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칙에서 종전 규정에 따라 제작·이용되는 민방위복 등은 개정규정에 따른 민방위복 등으로 본다고 정리, 혼용을 허용했다.

한 공직자는 "녹색 민방위복이 탄핵된 전직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데다 지금 대통령이 라임색 민방위복을 입으면서 공직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색민방위복=탄핵대상, 바꿔야하는 것' 등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 다른 공직자는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의 중요한 의무임에도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공직자들이 스스로 정치화 돼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두 색깔 모두를 허용해 놓고, 눈치를 주며 '어느 색 옷을 입을래' 물으며 줄 세우지 말고, 행안부 차원에서 명확하게 정리를 해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