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복귀…지방 의료는 다시 '공백'
전공의 2532명 가운데 67.4%가 수도권에 의정 갈등 이전보다 수도권 비중 늘어나
지난 1년 6개월 간 지속됐던 의정 갈등이 봉합 양상을 보이면서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시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복귀할 경우 지방에서 수련을 받았던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연쇄이동 하면서 지방 병원들은 의사 부족 등으로 '의료 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모두 2532명으로 이 가운데 1707명(67.4%)은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비수도권 병원은 825명(32.6%)이 근무중이다.
의정 갈등 전인 2023년 말 기준 전체 전공의 가운데 수도권 근무 전공의의 비율은 64%였던 것과 비교해 수도권 비중이 더 늘었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공의들이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복귀한 영향이다.
의정 갈등으로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지방 병·의원 등에도 취업했다. 이들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있던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경우 지방 병원들은 전공의를 뽑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정 갈등으로 다니던 수련병원을 그만두고 지방 병·의원 등에 취업한 전공의들이 다시 원래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경우 지방 병원들은 인력을 뽑기 더 힘들어 진다"며 "의정 갈등 이전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했는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 수련병원들은 사직한 전공의 복귀에 대비해 대대적인 처우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지난해 말 전공의 급여를 연차별 최고 17.4% 인상하는 등 지역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근무 환경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공의 입사 시 숙소도 무상으로 제공하며, 현재는 더 쾌적한 환경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숙소 내에는 전용 회의 시설과 휴게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재배치하고 집기와 비품도 교체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예년보다 전공의 모집 정원을 늘리고 있어 지방 수련병원으로 향하는 사직 전공의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지방병원 관계자는 "지원자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련 재개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일 수록 정원이 미달된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필수의료의 경우 수도권 병원들도 미달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도권 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지역 병원들은 전공의를 뽑기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