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 2명 숨지고 13명 다쳐…“스프링클러도 없어”

20층 건물에 14층 세대서 화재 발생…2시간 만에 진화 거주자 3명 중 2명 숨져…주민 89명 대피, 소방·경찰 합동 감식 착수

2025-08-17     류효나 기자
▲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로 숨진 주민 2명이 모자(母子)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홀로 대피한 부친은 “우리 아들 못 봤냐”며 통곡했다. 당시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대피 방송도 울리지 않아 주민들이 “불이야”를 외치며 혼란 속에 빠져나왔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11분께 마포구 창전동 지상 20층·지하 1층 규모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4층 세대에서 시작돼 오전 9시57분께 초진, 오전 10시42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14층 화재 세대에 거주하던 모자였다. 20대 남성인 아들은 현장에서 소사 상태로 발견됐고, 60대 여성 어머니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함께 살던 부친인 60대 남성은 불길을 피해 대피했으나, 아파트 앞에서 “우리 아들 못 봤냐”며 주민들에게 묻고 통곡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김모씨는 “당시 아버지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아들을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전했다.

같은 동 13층에 살던 홍승우(17)군은 “펑 소리가 난 뒤 곧바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걸 보고 외할머니와 급하게 계단으로 대피했다”라며 “주민들 가 대부분이 잠옷 차림, 맨발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옆호실 거주자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화장실에 갇히는 등 대피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아파트에서는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김모씨는 “화재 당시 대피 방송은 없었고 주민들이 ‘불이야’라고 외쳐 대피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소방은 이날 오전 8시16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소방인력 186명 등 총 252명과 장비 79대를 투입했다.

이 화재로 주민 89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일부는 인근 대피소에서 임시 거처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화재가 난 세대는 내부가 거의 전소됐다. 소방은 불이 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재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98년 준공된 950세대 규모다. 당시에는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소방과 경찰은 18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발화 원인과 화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