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고속道 구축 재원 마련 숙제…4분기 전기료 인상 ‘촉각’
8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에도 누적적자 29조 달해 증권가 ‘올 4분기 또는 내년’ 전기료 인상 가능성 점쳐
30조원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와 물가 안정화를 위해 전기요금 동결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이행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올 하반기 또는 내년초에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한전은 정부의 물가 안정화 기조에 따라 가정용 전기요금을 2023년 이후 9분기 연속 동결하고 있는데 향후 에너지 고속도로 재원 충당을 위해 회사채 발행보다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15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46조1741억원, 영업이익 5조88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5.5%, 13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가 2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요금 현실화, 구입전력비 절감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의 오랜 고민이다. 실적 반등을 위해선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지만 현 상황으로선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을 위한 자금 확보도 전기요금 인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오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AI 활용 전력시장과 시스템 혁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과 수출 산업화를 추진한다.
수익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은 채권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한전채의 발행 한도는 총 90조5000억원 수준으로 향후 발행 가능한 여력은 20조원 미만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남은 한도를 소진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에 동참할 수 있는데 이는 빚을 내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중심의 국내 전력망 재편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2023년 5월 이후 동결된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하며 유력한 인상 시기로는 4분기 또는 내년초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