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부터 총책까지…추적 수사로 동남아 마약 조직 소탕
필리핀·태국서 케타민·필로폰 밀반입해 국내 유통 태국 총책 강제 송환…10대 지게까지 연쇄 검거 야당 첩보로 드라퍼 추적…말단서 총책까지 와해
필리핀과 태국에서 케타민, 필로폰 등 마약류를 밀반입하고 국내에 유통한 조직원들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대거 검거됐다. 경찰은 첩보 입수 후 말단부터 상선까지 추적해 조직을 와해했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월 필리핀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여와 유통시키려한 밀수책 3명과 유통책 13명 등 일당 16명을 검거했다. 이 중 13명은 구속됐다.
이들 일당은 케타민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다단계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브로커 '야당'의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케타민 1g을 은닉한 30대 '드로퍼'(마약 유통책)를 특정, 주거지 부근에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공범 유통책 1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밀수책이 마약을 인수하러 나오는 정황을 포착했다. 출국장에서 잠복해 밀수책과 이들과 연결된 유통책 남녀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으며 케타민 2kg도 압수했다.
디지털 포렌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경찰은 이 조직이 해외 총책을 중심으로 한 다단계 구조로 운영돼 왔음을 확인했다. 총책은 3명의 밀수책을 통해 국내로 마약을 들여온 뒤, 상선 유통책과 드로퍼를 지휘해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했다.
이같은 추적 수사를 통해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태국 현지에서 적색수배 중이던 총책 A(40)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수사기관 간 송환 주체 논의 끝에 A씨는 올해 4월 평창경찰서 주관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송환됐으며, 현재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조직의 관리책 B(37)씨도 지난 5월 현지에서 체포돼 송환을 앞두고 있다.
지인 첩보를 토대로 시작된 말단 유통책 추적은 상선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은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하던 30대 상선 유통책을 잠복 수사 끝에 검거했고, 이어 총책 A씨까지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또 19세 여성 운반책, 일명 '지게'를 주거지에서 체포하고 케타민 1㎏을 압수했다. 이어 지게 4명과 밀수자 동선을 추적해 특정한 유통책 3명도 연이어 검거했다.
검거된 지게 5명은 모두 18~19세의 젊은 남녀로, 몸에 마약을 테이핑해 운반하는 방식으로 밀수를 시도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텔레그램 등에서 고액 대가를 제안 받고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약 압수량은 1173.2kg으로,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필로폰, 케타민 등 주요 마약류 밀반입이 늘면서 국내 마약 시장은 점점 조직적이고 대규모화되고 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국내에서 마약류가 고가에 유통되면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국내 마약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라며 "총책들은 해외 교도소에 수감 중이거나 해외에 거주하며 돈벌이를 위해 밀수와 유통을 지속하고 있다. 경찰은 국제 공조를 강화해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