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온열질환자 급증…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만전 기해야
올해는 장마도 없이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때 이른 폭염(暴炎)이 연일 맹위를 떨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2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74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전국의 95.08%가 ‘가마솥 무더위’에 휩싸였다. 폭염주의보가 97곳, 폭염경보가 77곳에 이른다. 기상청은 지난 6월 30일 낮 12시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서울의 폭염주의보 첫 발령 시기는 지난해(6월 19일)보다 11일 늦었다. 서울의 올해 첫 열대야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30일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 25.6도를 기록하며 발생했다. 부산에선 지난 1일 밤 올해 들어 첫 열대야가 발생,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가장 이른 열대야로 기록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하고,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기온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한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밤을, ‘초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30℃ 이상인 밤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목요일인 7월 3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돌며 불볕더위가 이어지겠다고 한다.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5도 등 23∼28도, 낮 최고기온은 28∼36도로 예보됐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2도, 인천 28도, 수원 31도, 춘천 31도, 강릉 35도, 청주 33도, 대전 33도, 세종 32도, 전주 34도, 광주 33도, 대구 36도, 부산 31도, 울산 35도, 창원 34도, 제주 32도 등이다.
이럴 때는 ‘온열질환(溫熱疾患 │ Heat illness)’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하고 식중독 예방을 위해 음식 관리도 철저히 해야만 한다. ‘폭염경보’와 ‘초열대야가’ 일상처럼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이 돼 버린 지금, 가장 주의를 해야 할 것이 바로 ‘온열 질환’이다. ‘온열 질환’은 이상 고온에 노출돼 발생하는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피로감 등의 증상으로, 이를 방치(放置)하게 되면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이런 건강장해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문제지만 고령자나 사회적 약자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500여 개 응급실에 내원한 온열질환자는 총 5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온열질환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나 염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열탈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열사병이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온열질환은 열탈진이 55.3%(1,496명)였으며 열사병 21.1%(570명), 열경련 13.9%(377명), 열실신 8.3%(224명) 순이었다.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 중 절반 이상(52.5%)이 열탈진이고, 열사병(20.0%) 열경련(14.5%) 열실신(11.6%) 순이었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괴롭지만, 사회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재난’으로 꼽힌다. ‘존 C. 머터(JOHN C. MUTTER)’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다. 어떤 기상재해보다 많은 인명을 소리 없이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인 폭염이 우리 여름의 일상이 됐다. 수십 년간의 통계를 보면 장마 일수는 줄고, 폭염 일수는 점점 늘고 있다.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일찍 북상하면서 ‘마른 장마’ 양상이 이어지자, 전국 지자체에 폭염 대응 비상이 걸렸다. 통상 장마전선이 올라오면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를 덮으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그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진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2010년대 들어 대폭 상승하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대 폭염일수는 1970년대 대비 평균 8.3일에서 14일로 늘었고, 열대야 일수는 평균 4.2일에서 9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대의 경우 각 16.7일, 12.9일로 2010년대보다 더 늘었다. 최근 10년(2015∼2024년)을 기준으로 하면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 16.3일, 11.0일로 평년(1991∼2020년)보다 5.3일, 4.4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가 더 빨리 찾아온 만큼, 온열질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시체계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지난달 30일 현재 454명으로, 이 가운데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같은 기간 환자 수가 지난해(381명)보다 더 일찍 400명을 넘어섰다. 전체 환자의 29.6%는 65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온열질환자 3704명, 사망자 34명)를 넘어 역대 최다였던 2018년(4511명, 48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질병관리청이 예년보다 5일 먼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기세다. 따라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시거나 활동을 자제하고, 샤워(Shower)를 자주 하며, 외출 시에는 양산과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정오~오후 5시에는 야외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에 머무르는 등 더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체온 38도 이상이거나 피로감, 근육경련, 두통 및 불편함 등 위험 증상이 발견되면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즉각 시원한 장소로 이동시킨다. 옷을 헐렁하게 풀어 시원하게 하고 수분 및 휴식을 취하게 한 뒤, 경과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폭염 속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년층, 쪽방촌 주민, 장애인, 단순 노무 종사자 등이다. 이들에게 여름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실제로 매년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 중 상당수가 이들 취약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만 한다.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하고 공동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을 지녀야만 한다. 폭염으로부터 소외된 이웃을 보호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더 촘촘히 구축해야만 한다. 작은 관심과 노력이 폭염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결단코 잊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폭염은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문제로 급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기후 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무더위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질 것이 마치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차제에 국가적 기후 대응 체계도 재점검하고 선제 대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