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소비쿠폰' 주는데만 550억 든다…"운영비 재검토해야"

국회예산정책처, 불명확한 산출 근거 우려 과거 예산 편성 오류 등에 대한 고려 미흡 행안부의 '시스템 일회성 사용' 비효율적 지적

2025-07-02     박두식 기자
▲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범정부 TF'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약 55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운영비로 549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사업운영비에는 자치단체에서 신청 접수·안내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자치단체 보조금 446억2000만원과 범부처 TF 운영,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의 소요를 반영한 운영 경비 103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치단체 보조금 중 256억9900만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금 발행에 따른 부대비용이다. 172억5600만원은 읍면동 보조인력 인건비이며 장비 임차료 7억8400만원, 홍보비 8억8300만원도 포함됐다.

운영 경비의 약 73%에 달하는 75억7900만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도입에 사용되는 자산취득비로 편성됐다. 또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유지관리 등에 사용되는 민간위탁 사업비 14억9000만원, 성과분석 연구용역 2억원, 전담콜센터 운영 9억원이 포함됐다.

예산정책처는 그러나 이러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운영비에 대한 명확한 산출 근거가 없고, 기존 예산의 편성 오류와 집행 실적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업운영비는 소요별 필요성, 기준 단가, 수량에 근거를 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에서는 이전 재난지원금 사례와 동일한 내역·비목으로 증액 편성돼 적정 소요에 근거해 증액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또 과거 재난지원금 집행 당시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예산 편성에 오류가 있어 일부 예산이 타 사업으로 전용된 전례가 있음에도, 2021년과 동일한 내역과 비목으로 예산이 11.6% 이상 증액 편성됐다고 예정처는 밝혔다.

2021년 시스템을 구축할 때 예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자산취득비 중 일부는 전용되거나 재배정됐으며, 67억8900만원 중 55억5300만원만 집행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의 '시스템 일회성 사용'으로 재정 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난지원금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에 필요한 시스템은 사실상 기본 설계가 사실상 동일해 일부 기능만 수정·보완해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급 때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폐기하는 일이 반복돼 매번 신규 시스템 구축비용이 발생한다.

행안부는 2020년에는 38억4700만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재난지원금 집행 후 폐기했다. 2021년에는 약 64억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만들었고 지급 완료 후 또다시 폐기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 필요한 신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총 90억6900만원이 편성됐다.

예정처는 "행안부는 사업 운영을 위한 예산 550억원에 대해 실질적 소요와 근거를 명확히 해 적정 규모를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편성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날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를 열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포함된 13조2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부 부담 조항을 삭제했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소비쿠폰을 100% 국비로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추경안은 2조9000억원 증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