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심우정 "검찰 필수 역할까지 폐지는 옳은 길 아냐"

"형사사법시스템 국가 백년대계…깊은 논의 필요"

2025-07-02     박두식 기자
▲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퇴임하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필수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형사사법시스템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강조하면서 개편 과정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2일 퇴임사를 통해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대해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옳은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범죄자를 단죄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든든히 지키는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신중히 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시스템이 충분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없이 변화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이미 봤다"며 "형사소송법 등 개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고, 국민의 삶에 직결된 범죄에 대한 대응력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검찰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범죄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고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며 "지금도 검찰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생사건에 있어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한해 만 명이 넘는 피의자들이 억울한 혐의를 벗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충분한 시간과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지혜와 국민의 목소리를 꼼꼼히 경청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나라에,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도 전달했다.

그는 "여러분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어려운 시기에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남긴 채 떠나게 되어 미안할 뿐"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제 마지막 소임은 자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키는 것은 어떠한 순간에도 검찰의 변함없는 사명"이라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심 총장은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검찰 조직을 이끌어 왔지만 임기 9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심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수사와 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사퇴 압박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