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기회·결과 나누는 공정성장', 양극화·불평등 완화 마중물 돼야

2025-06-30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2일만인 지난 6월 26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보수진영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어젠다(Agenda)라 할 수 있는 ‘성장’을 재강조하는 동시에, ‘공정’이라는 개념을 융합시켜 진보진영이 주장해 온 ‘양극화·불평등 완화’를 달성하겠다는 지향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연설에서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라고 말한 데 이어 ‘양극화 완화’와 ‘불평등 완화’를 위한 ‘공정’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저성장이 지속되면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라며 “실용 정신에 입각해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는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추경 편성·집행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국민’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다음으로 ‘성장’을 22번, ‘경제’를 12번 말했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정부의 ‘2차 추경안’ 제출 시정연설에서도‘경제’를 24차례, ‘성장’을 12차례 반복하면서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대목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현실을 직시할 때 바람직하고 시의적절(時宜適切)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왜냐면 실물경기는 경제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이상으로 냉랭하다 못해 살얼음판이다. 올해 1·4분기만 보면 내수, 수출은 모두 부진하다. 성장은 정체됐다. 지난해 1·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이전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대외변수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미국발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이 크다. 중동 불안도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평균 2.7%로 조정했을 정도다. 직전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을 우려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7일 금융연구원은 ‘2025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2%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1.6%를 석 달 만인 지난 5월 14일 0.8%로 대폭 낮춰잡는 데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5월 29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 2월 발표한 1.5%에서 0.7%포인트 낮춘 0.8%로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 6월 27일 발간한 ‘세계 경제전망-2025년 6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4월 제시한 1.0%에서 0.1%포인트 하락한 0.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캐피털이코노믹스(0.9%), HSBC(0.7%), 현대경제연구원(0.7%), 씨티그룹(0.6%),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BOA(0.8%), JP모건(0.5%), 등이 0% 대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경제는 장기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성장 우선’을 거듭 외치는 것만으로는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성장은 결단코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하면서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 6월 13일 경제계와의 간담회에서도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불필요한,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는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금의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성장’ 메시지가 진정성을 인정받고 국민적 호응과 지지를 받으려면 새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30조 5,000억 원 규모의 새 정부 첫 추경안은 경기를 녹일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0%대 저성장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만 한정하면 0.1%포인트 성장률 개선을 전망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6월 29일 지명 후 기자들과 만난 첫 자리에서 “세금을 올리는 게 사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성장을 통해 세수 기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최근 재정 확대 요구와 세수 부족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혁신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증세가 아닌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파이 키우기’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구윤철 후보자는 “파이가 적은 데에서 세금을 거둬서는 다 어렵지 않겠냐”라며 현재 세금 기반 확대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구윤철 후보자는 이날 “경제 운영에 있어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새로운 국가 운영 철학을 제시했다. 구윤철 후보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기존의 대한민국 운영 시스템이 아니다. 주식회사는 국민이 주주”라며 “경제 관료들은 국민과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사원이고, 생산성을 높여 세계 1등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경제사령탑을 맡게 된 구윤철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예산통’이다. 나랏빚이 선진국들 가운데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을 지켜내고 동시에 경제 성장의 불씨를 살려내는 지혜를 발휘해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가 지속적인 지지를 얻고 국민적 감동으로 연결 지으려면 실행으로 옮겨가야만 한다. 

이재명 정부가 13조 2,000억 원 규모의 소비 쿠폰 지원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과거 경기 부양 카드로 쓰였던 소비지원금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골목상권으로 소비가 스며들지 못하고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의 일부 중소 업체에 지원금이 몰린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 정부는 이번에 전 국민 1인당 15만~52만 원 규모의 소비 쿠폰 지급과 6,000억 원 규모의 지역 화폐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조정 등을 포함한 30조 5,000억 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추진해야 할 정책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소비 진작 및 영세 소상공인 등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KDI 등에 따르면 2020년 재난지원금의 26~36%만 소비로 이어져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화폐의 경우 화폐 발행 인접 지역의 소비가 줄기 때문에 소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도 나왔다. 과거의 경험을 답습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반복되어선 결단코 아니 된다. 이러한 실패사례를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고 이번 전 국민 대상 지원금 등이 민생 회복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치밀한 효과 분석과 세심한 집행에 나서야 한다. 소상공인의 부채 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회복하기 힘든 자영업자를 위한 구조조정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에 의존하는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은 자칫 한계에 부딪힐 우려도 크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이 성장의 마중물로 기능하려면 구조 개혁 등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은 물론 ‘주 4.5일제 도입’, ‘법정 정년 연장제도’ 등도 성공적인 개혁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완급을 조절해 가면서 성장의 주역인 기업의 활력도 함께 높여가는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