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줄 모르고 비극 반복되는 스토킹 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서둘러야

2025-06-26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우리 사회의 스토킹(Stalking) 범죄가 살인 등 흉악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스토킹 범죄 등 ‘교제(데이트) 폭력’은 재범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살인 등 피해자 목숨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수사·사법 당국이 구속 수사 등 피해자 보호 중심으로 대응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 폭력 가해자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뚫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2022년 9월 14일 밤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신당역사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에 신경 쓰겠다고 한 경찰 다짐이 무색하다.

지난 5월 12일 오전 10시 41분께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3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전 연인인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신변 보호를 받던 피해자는 경찰에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한 달여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0일 대구 달서구에서도 신변 보호를 받던 50대 여성이 스토킹하던 윤정우(48)에게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앞서 경찰은 윤정우가 한 달 전 피해자의 아파트를 찾아가 흉기를 들고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또한, 지난 6월 19일 인천에도 60대 여성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해 12월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해 법원으로부터 아내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는데, 이달 12일 접근금지 명령이 풀린 지 일주일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2021년 3월 23일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 사건’ 다음 날인 2021년 3월 24일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종합적인 피해자 보호 제도 마련을 위해 2023년 7월 18일부터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흉기를 휴대할 경우 최대 징역 5년, 가중처벌할 요소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일반 스토킹은 최대 3년까지 강화된 양형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음에도 스토킹 범죄는 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로 마련된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제도와 관련해 기간 제한 문제가 피해자 보호의 지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보호 조치 위반에 대한 대응체계 부족 문제가 실질적 범죄 억지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피해자 보호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단기간 내 개선할 수 있는 조치는 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한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시기와 범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경찰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112 신고 시스템 내 ‘스토킹’ 코드 신설 이후,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 2021년 1만 4,509건, 2022년 2만 9,565건, 2023년 3만 1,824건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신고 건수는 8만 5,88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6월 20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 범죄자 구속률은 7%였지만 2022년은 3.3%, 2023~2024년은 각각 3%로 감소했다. 반면 스토킹 범죄 검거 인원은 ▷2022년 9,999명, ▷2023년 1만 1,592명, ▷2024년 1만 3,004명으로 3년간 약 30% 증가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젠더 기반 폭력으로서 친밀 관계 폭력의 개념화와 대응 방안 모색’에서 분석된 스토킹 범죄 신고는 2021년 대비 2022년에 대략 100%가 늘었고, 2020년과 비교하면 2022년에 550%나 늘었다. 스토킹 범죄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듯 구속률이 낮아지면서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국한해서만 구속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한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중범죄와 재범 우려가 큰 만큼 적극적인 영장 신청과 인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스토킹 범죄들이 발생할 때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등 대책이 뒤따라 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피해자 보호와 거리가 있다. 경찰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을 취할 수는 있지만,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의 신청 사례는 전체 1만 6,566건 중 1,770건(10.7%)에 불과하다. 접근금지 기간은 최대 3개월로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피해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죽음을 부른 일련의 사건들은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을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의 안이한 인식과 미미한 처벌들이 겹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방지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과 주의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스토킹 표적이나 피해자는 대체로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취약한 게 현실이다. 스토킹의 위험을 느끼거나 당하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신변의 보호까지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연히 사법 당국은 강력 범죄로의 비화 위험성을 고려해 가능한 조치를 하기 마련이다. 가장 보편적인 조치는 ‘스마트워치’의 지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토킹 피해 여성의 보호에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워치’만 쥐여주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왜냐면 스토커가 근접해 긴박해진 순간에 차분하고 신속하게 ‘스마트워치’를 작동할 수 있는 피해자가 과연 몇 사람이나 될지는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설령 신속하게 작동시켜서 경찰이 출동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하기 전 범인은 범행을 실행하고 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조치 중에 ‘접근금지 명령’이 있지만, ‘접근금지 명령’ 또한 크게 효과적이지 못하긴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접근금지 명령’을 스토커가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스토커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서다. 접근금지를 어떠한 누구도 감시하고 감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지급하지 않으면 조치하기 힘든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법원의 명령 하나로 접근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애초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가장 선호할 수밖에 없는 조치는 스토커에 대한 구속영장의 신청과 발부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 비율은 기껏해야 3~7% 수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2021년 7%, 2022년 3.3%, 2023년 3%, 2024년 3%)다. 영장을 신청하는 검찰이나 발부하는 법원은 현장 경찰과 비교해 피해의 심각성과 강력 범죄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게 일반적인 이유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현행 제도와 대책, 관행으로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스토킹 범죄 등 ‘교제(데이트) 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려면 스토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만 한다. 피의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때는 반드시 ‘전자발찌 부착’을 동시에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서다. 피의자의 거주지나 직장에서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게 되면 실시간으로 피의자에게는 경고 신호를, 경찰에게는 출동 신호를 발령하는 ‘연동체계’를 구축해 더 이상의 접근을 막아야만 한다. 결론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전자장치 부착 명령의 청구)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장치 부착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할 것이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는 재발이나 보복 위험이 매우 크다는 특성을 감안하여 도망 우려, 증거인멸 정도만 구속 사유로 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의 개정도 검토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스토킹 범죄 등 ‘교제(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교제(데이트) 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 등 ‘교제(데이트) 폭력’을 더는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나 애정 투정이 아닌 엄연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 차별적 인식의 대전환이 동반돼야만 한다. 반의사불벌 원칙을 없애고, 가정폭력처럼 긴급히 응급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 물론 모든 형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구속은 예외고, 그마저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제(데이트) 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형량을 대폭 증가시키는 가중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속 수사를 강화하는 한편 법적·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하여야만 한다. 특히 관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독소로 꼽히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는 무엇보다 시급한 개선 과제다. 낡은 구각(舊殼)의 법적 대응체계를 서둘러 손봐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