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경파' 박단 사퇴…의정갈등 새 국면으로
"의료 사안, 함께 테이블 앉아 논의해야" 동료들 줄줄이 이탈하자 사퇴 의사 표명
'의대 2000명 증원' 정책 발표 이후 1년 4개월 동안 정부와 거세게 대립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색됐던 의정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협 대의원들이 소속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지난 1년 반 최선을 다했지만 실망만 안겨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학생들을 끝까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작년 2월 이후 1년 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전공의들의 선봉에 서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윤석열 정권의 의료개혁 정책을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박 위원장은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정부가 수차례 수련 특례 등 복귀를 위한 유화책을 내놓았으나 번번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동료들을 막아 세웠다.
올해 초 집단 휴학 뒤 학교로 복귀하려는 후배 의대생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팔 한쪽 내놓을 각오도 없다"고 질타하는 등 의료계 안팎을 향한 강경한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새 정부에 들어서도 실익 없는 투쟁이 이어지자 전공의들 사이에선 이러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비판하고 복귀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각 전공의 대표들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위원장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건부 수련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수련병원은 현재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자신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의료 현장이 유지되는 것을 두고 전공의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더 이상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들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물러나는 것"이라며 "생각보다 오래 버틴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새 정부에서 마련될 대화 기구에선 전공의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 국장은 "이제 '나랑만 얘기하자'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공의 등 의료인 이외에 다른 관련자들이 다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의료 사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