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7계단 급락 국가경쟁력, 더 심각한 21계단 곤두박질 기업경쟁력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에다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경제와 기업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코스피는 ‘이스라엘-이란’의 확전 가능성이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서도 코스피 지수가 닷새 연속 올라 지난 6월 20일 3년 6개월 만에 전장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장을 마감하면서 3000선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7단계 하락했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기업 효율성이 대폭 하락하면서 기업경쟁력은 23위에서 44위로 무려 21단계나 하락한 영향이 컸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기업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건 매우 심각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IMD는 매년 69개국을 대상으로 각종 통계와 설문 조사를 토대로 ▲ 경제 성과 ▲ 정부 효율성 ▲ 기업 효율성 ▲ 인프라 스트럭처 등 4대 분야를 집중 분석·평가한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해 역대 최고였던 20위에서 한 해 만에 무려 7단계나 하락하며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홍콩(3위) 대만(6위) 중국(16위) 등 아시아 주요국에도 한참 밀린다. 무려 7단계란 하락 폭은 한국이 1997년 평가 대상국에 포함된 후 최대 낙폭이다.
단기간에 이처럼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12·3 비상계엄과 별개로 고질적인 문제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분야별로는 경제 성과(16→11위 │ 5단계↑)와 정부 효율성(39→31위 │ 8단계↑) 순위는 상승했으나, 기업 효율성(23→44위 │ 21단계↓)과 인프라(11→21위 │ 10단계)↓는 순위가 하락했다. 생산성·노동시장·금융·경영 관행·조직문화 등 모든 세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고, 그중 노동시장과 경영 관행은 각각 53위와 55위로 바닥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대기업 경쟁력은 41위에서 57위로 18단계나 추락했다. 정부 효율성 분야 중 정치적 불안정 항목이 60위로 최하위권에 머문 것도 도드라진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위 하락에 대해 “내란 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국가경쟁력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관련이 깊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기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12·3 비상계엄, 관세와 같은 외부적 요인도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누적된 규제나 비효율이 외부 충격과 맞물리며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곤두박질친 국가경쟁력은 어느 하나 찔끔 손봐서 회복될 성질이 아니다. 생산성은 규제 개혁과 깊이 연결돼 있어 기존 규제 틀 안에서는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곤두박질친 국가경쟁력은 어느 하나 찔끔 손봐서 회복될 성질이 아니다. 물론 모든 규제를 철폐하자는 논리는 결코 아니다. 의당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실용적 절충이 필요하다. 이제 갓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 역할이 막중하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대증요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가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둬야만 한다. “경기부양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법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라고 했는데 실천이 관건이다. 죌 것은 당연히 죄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해야만 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 해소를 위해 일명 ‘노란 봉투법’으로 일컫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추진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협조를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성장 지향에 방점을 두고 비정규직 안전과 인구 문제도 강조했다. 그는 “‘진짜 성장’이라는 이름은 첫째, 기술 주도 성장을 말하고 있고, 둘째로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지체된 여러 부문의 불균등과 불평등을 어떤 한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하청업체에 속한 노동자들이 임금 등에 관한 교섭을 원청업체와 직접 할 수 있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기업이 노동자에게 물을 수 없다”라는 게 핵심인 ‘노란 봉투법’의 시행은 새 정부의 절대적 가치임엔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노동자의 권익을 당연히 실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노동 사각지대 문제는 경직된 노동법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강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법을 공장 노동법 확대로만 접근할 경우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가 심각하게 황폐해질 수 있다는 게 그 논거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불확실성인 만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끊임없는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외부 환경 탓만 말고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혁신에 총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2인 3각’ 호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만 한다. 교육 시스템과 기술 생태계 혁신을 통해 기술 인프라를 재건하고,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 역시 새 정부의 과제다.
기업 효율성이 떨어진 데에는 대내외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미·중 통상 갈등과 첨단산업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도 국내 낡은 규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기업 경영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규제만 푸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안정성, 정부의 신뢰 등이 바탕이 돼야 기업도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국가경쟁력 하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하면 투자 감소, 성장 잠재력 위축, 인재 유출 등 장기적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끌어올리긴 어렵겠지만, 실기하면 회복에는 훨씬 더 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3%를 약속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그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연령인구 급감으로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구조적 인구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혁신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 전략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시점임이 분명해 보인다.
국제기관의 평가가 절대적 신뢰도를 가진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정책 참고자료로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반영할 수 있어 보인다.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우리보다 왜 순위가 낮은지, 반면에 대만이나 말레이시아가 우리보다 왜 높은지도 진지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등 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 분야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관세 전쟁, 중국 제조업 굴기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우수 인재의 해외유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노력,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역량, 안정된 정치의 3박자를 두루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순위는 앞으로 더 빠르게 뒤집힐 것이다. 낡은 성장엔진을 업그레이드하는 구조개혁에 새 정부와 정치권이 박차를 가해야만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