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호르무즈 봉쇄 파장' 극심한 실적 악화 "최악 사태"

공급과 수요 차질 우려…정제마진 변동성 심화 "매출 올라도 영업이익 감소할 수 있어"

2025-06-23     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서 촬영된 미사일 발사 모습. /뉴시스

불황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정유업계가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란이 맞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할 경우, 정유업계의 극심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공급과 수요에 차질이 생겨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배럴당 7.05달러였던 정제마진이 지난 16일 배럴당 3.2달러로 급락했고, 20일에는 배럴당 6.68달러로 다시 올랐다.

지난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1달러였다. 4월에는 평균 3.66달러로 소폭 올랐고, 5월에는 평균 6.7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를 뺀 금액이다.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로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올 1분기 이 같은 정제마진 악화로 실적이 급감했다. 이 실적 부진은 올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석유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363억원으로 전 분기(3061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에스오일은 215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그나마 5월 들어 정제마진 회복으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불거지며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3~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원유 실물시장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간 인도하는 거래로 이뤄진다.

특히 이란 의회에 이어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할 경우,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뚜렷해질 수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충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정유업계 침체 우려가 또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정제마진은 경기 상황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오히려 지금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더 커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최악의 변수라고 지목한다.

이 관계자는 "(하메네이 결정이 남아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실제 봉쇄가 이뤄지면 전반적으로 산업계 전반이 다 힘들어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으로 매출은 늘어날 수 있는데 정제마진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영업이익 자체는 줄 수 있다"며 "유가와 정유업계 실적은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