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3분기 전기료 동결 무게…한전, 재무 악화 우려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9개 분기 연속 동결 적자 31조·부채 206조…전력망 비용만 72조

2025-06-23     박두식 기자
▲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전기 계량기 모습.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에 방점을 찍으면서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되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중동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기요금 동결이 이어질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악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23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하며 올해 3분기(7~9월분)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 최대치인 ㎾h당 +5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h당 ±5원 범위에서 정해진다.

당초 연료비 조정단가는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세를 감안해 ㎾h당 -5.0원으로 낮춰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이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전에 “2025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지난 2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통보한다”고 전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h당 +5원’ 기조를 13개 분기째 이어가는 중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상태로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구성 요소인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을 조정하면 된다.

다만 새정부가 들어서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은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2023년 5월 이후 사실상 멈춰 섰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만 소폭 인상됐으며,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 모두 동결 기조가 9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자영업자들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요금 등 민생 관련 공공요금을 올리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열고 각 부처에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발발한 중동 사태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란 국회는 22일(현지 시간) 세계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좁은 해상 통로로 세계 석유 수송량급량 중 20% 정도가 지난다.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국제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앞서 2011년 말 이란이 석유 수출 체제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오른 바 있다.

JP모건은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 “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보복을 유발하며 중동 전역의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할 경우, 원자재 상승에 발 맞춰 전기요금 역시 인상해야 한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연료비 상승분을 적자로 떠안았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1분기 말 기준 31조4905억원이다. 이에 부채 역시 206조8019억원(1분기 말 기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현재의 악화된 재무 상황이 미래 사업 투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전은 인공지능(AI)·첨단 산업 고도화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송전망 투자에 향후 15년간 72조8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본다.

한전은 ‘경영효율화, 원가절감 노력과 적정한 전기요금 운영을 통해 투자재원을 자체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확보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유가 전망이 좋지 않고 전력망 구축에 들어갈 비용도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어렵다”며 “한전은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