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6년 9개월 만에 최고, 금융·세제·공급 종합대책 내놔야

2025-06-22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있어 또다시 집값 불안의 악몽이 아른거린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투자’로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13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기화로 꿈틀대던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6·3 대선 전후로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DSR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앞당겨 받으려는 수요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면밀하게 모니터링(Monitoring)을 하고 서둘러 금융·세제·공급이 망라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이 2018년 9월 둘째 주(0.45% 상승)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6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6월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상승률 0.26%와 비교했을 땐 0.1%포인트 더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2월 3일 상승 전환 후 20주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5월 첫째 주 0.08%에서 둘째 주 0.10%, 셋째 주 0.13%, 넷째 주 0.16%, 6월 첫째 주 0.19% 6월 둘째 주 0.26% 등으로 꾸준히 오른 데 이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일주일 새 0.36% 올랐는데 이런 상승 폭이 이어진다면 연간 20% 이상 폭등한다는 가설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주는 ‘금리, 공급, 심리’가 모두 집값을 자극하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 당시 초저금리 영향으로 집값이 급등했던 2020년의 ‘패닉바잉(Panic buying │ 공포 구매)’ 시기보다 주간 단위 상승률이 더 높게 나온 것이어서 걱정이 태산 같다.

이렇듯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월세까지 급등하는 ‘트리플(Triple │ 삼중) 과열’ 양상이 뚜렷해졌다.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니 집 없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공포 그 이상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과천 등 경기도로 옮겨붙는 양상도 이미 시작됐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오름폭이 컸다. ‘마용성’에선 기록 경신이 속출하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강서 등 외곽지역에서도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강남 3구’를 넘어 마포, 강동, 광진, 성동 등 이른바 ‘한강 벨트’로 확산하며 노원, 성북, 은평구 등 강북지역으로까지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렇듯‘강남 3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노도강’,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으로까지 번지며 서울 집값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집값 상승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공급이 계속 부족할 것이란 전망,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둔 주택 실수요자들의 조바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 급등이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에 맞대응해야 할 ‘중대 리스크(Risk)’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해 서서히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는 아파트값 상승에는 이전 정부들이 내놨던 대규모 공급대책의 부진, 인건비·자재비 폭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 세계적 금리 인하 추세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인한 유동성 확대 기대감까지 무주택자들의 ‘패닉 바잉’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 기회를 못 잡으면 또 쪽박’이라는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되살아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에 따른 가수요도 없지 않다. 넘치는 유동성 위에서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선 ‘똘똘한 집 한 채’에 대한 수요자들의 과도한 선호가 변해야 한다. 싼 집 여러 채보다 비싼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유리한 부동산 세제는 집값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가진 집이 몇 채냐에 관계없이 모두 합산한 가격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방안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달 3단계 DSR 규제 등 금융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 불붙은 ‘빚투와 영끌 심리’를 진정시키고, 정부의 각종 정책대출 제도도 ‘갭(Gap │ 전세를 낀 주택 구입) 투자’에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한편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 3구’의 신고가 경신 거래가 ‘노도강’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는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4월 강남 3구에서 기존 신고가를 갈아치운 거래가 모두 1633건으로 65건을 기록한 ‘노도강’의 2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분석 기간 전체 거래 가운데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강남 3구’가 32.7%, ‘노도강’이 2.8%로 나타났다. 국민 평형인 84㎡ 이상 85㎡ 미만 평균 가격은 ‘강남 3구’가 23억8370만원으로 직전 최고점인 2024년과 비교하면 11.1% 상승했지만, ‘노도강’은 평균 7억3662만원으로 직전 고점인 2021년보다 5.6% 하락했다. 1~4월 ‘강남 3구’와 ‘노도강’ 아파트 평균 매매가 차이는 16억4708만원으로 강남 3구가 223.6% 높은 수준이다. 이 격차는 집값 고점 시기이던 2021년 160.7%였지만 4년 새 62.9%포인트로 벌어져 두 지역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진 모양새다.

금융당국도 지난 6월 16일 주요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새 정부 출범과 금리 인하가 맞물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이 너무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자칫하다 지난 과거 이른바 ‘미친 집값’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면 전세대출 보증비율 하향,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집값 불안이 지속하면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수요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규제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서둘러야 할 일은 예측 가능한 공급확대 로드맵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수요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을 신속, 과감하게 늘리는 것이 첩경이다. 택지가 제한된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수도권은 3기 신도시 분양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관건은 신규주택 공급 속도와 공급 물량이다. 이재명 정부는 공약한 대로 1기, 2기 신도시 신속 재개발, 3기 신도시 건설과 같이 이미 확정된 공급정책에 속도를 내어 언제까지 어떻게 늘어날 것이라는 구체적 메시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더 내야 한다. 용적률·건폐율 규제 완화, 분담금 부담 완화 등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촉진하여 서울 주요지역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투기 과열지구 지정·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의 투기 억제 대책도 선제적으로 시행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서울 집값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지난 6월 12일부터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이날 “실수요자 보호 원칙 아래 투기·시장교란 행위나 심리 불안으로 인한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이후 별다른 후속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아직 까지는 무소식이다. 아직 새 정부 국무총리도 국회의 인사청문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새 정부 조각이 이뤄지면 서둘러 금융·세제·공급이 망라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 첩경이다. 새 정부도 그린벨트 해제구역 내 아파트 공급확대, 3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 등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아무리 서둘러도 빵을 굽는 것이나 벽돌을 찍어내는 것처럼 바로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4∼5년이나 걸린다는 점이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는 수익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단편적인 대책을 중구난방식으로 마구 쏟아내기보다는 금융·세제·공급대책을 집약한 종합적인 정책 청사진을 서둘러 제시함으로써, 최소한 초조한 불안 심리 작동으로 인해 주택시장을 뒤흔드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막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