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도 ‘바이 코리아’, 자본시장 신뢰·기업 경쟁력 키워야
새 정부 들어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한국 증시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투자 전용 상장지수펀드(ETF)에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되며, 외국인의 ‘바이코리아(Buy Korea)’의 열기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KOSPI) 5000’ 공약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기대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한국 증시로 집중되는 모양새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증시 부양 의지, 금리 인하 등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처럼 바짝 달아오른 ‘바이코리아’ 열기가 일시적인 랠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증시의 본격적인 재평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성장을 통해 주주의 몫을 키울 수 있도록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지난 6월 15일 ‘블룸버그(Bloomberg)’와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EWY)’에는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7억7285만달러(약 1조584억원)의 자금이 순 유입 됐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23년 1월(12억9861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자금이 유출되다가 지난 5월(2억7446만달러) 매수 우위로 전환했고, 이달 매수세가 더 강해졌다.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EWY)’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대표 ‘패시브(Passive) 상품’으로 국내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 힘든 해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해당 ETF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각각 20.8%, 10.94%로 높다. 이렇듯 최근의 코스피는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이 견인하고 있고, 이러한 외국인 매수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자금 유입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이 된다. 실제로 ‘EWY’ 발행 좌수도 지난달 30일 5만4500좌에서 지난 10일 6만1200좌로 늘며 수요 증가를 반영했다. 1년 반 만에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인데,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분위기로 해석이 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대표 패시브 상품인데, 최근 매수세 확대는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이 크다는 판단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일본처럼 오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 증시 ‘밸류업(Value-Up │ 기업가치 제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부와 여당의 '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앞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평판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면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유도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강구를 해야만 한다. 배임죄와 대주주 상속세를 완화한다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의지와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아시아 신흥 시장 중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한다면 국내 증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은 이달 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며 총 4조4592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중동 긴장이 고조된 지난 6월 13일에도 1210억원을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 주주 친화 정책,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s │ 한국의 기업 가치에 비교해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 해소 기대, 추경을 통한 내수 확대 전망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EWY’ 주가는 지난 2주간 12.85% 급등하며, 신흥국(3.79%), 대만(6.53%) ETF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주가 흐름과 비교하면, 대부분은 완만한 상승에 그쳤다. 이번과 유사한 시점 기준으로 윤석열(2.75%), 김영삼(2.70%), 이명박(1.92%) 정부 때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김대중(-10.08%)과 노무현(-11.52%) 정부 시절에는 급락을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는 총 221.06포인트(8.19%) 상승했다. 이는 문민정부 이후 역대 8차례 대선 직후 7거래일 수익률 중 최고 기록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 원화 강세, 미·중 무역 긴장 완화 기류 등 복합적인 호재에 기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글로벌 리스크와 실물 지표 둔화가 향후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6월 13일 코스피는 중동 지정학적 우려와 미국발 관세 변수 영향으로 하루 만에 0.87% 하락했다. 새 정부 출범 초반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가 ‘이스라엘-이란’의 전면전 위기로 진정이 빨라질 수도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대선과 주가의 관계에 대해 ‘정책 효과보다는 불확실성 완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중 180%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도 19% 이상 오름세를 보였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 변동성은 적었지만, 결과적으로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선거가 지나가며 정책 방향이 뚜렷해지고,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증시 부양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 조달→투자 확대→경제 성장→주주 환원’의 사이클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는 데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및 기관의 매수행렬과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대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3000선 재돌파에 대한 전망이 매우 크다. 국내 증시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면서 오는 8월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리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포퓰리즘(Populism)’이 개입한다면 자본시장 선진화는 요원해질 것은 불을 보듯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상법' 개정만 하더라도 정치권이 혁명하듯 밀어붙일 게 아니라 기업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한다.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코스피는 지난주 3년 반 만에 2900을 돌파했다. 3000을 넘어 5000시대로 도약하려면 제도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