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면 대결 위기, 경제안보 리스크 면밀 대비를

2025-06-15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이스라엘이 지난 6월 13일 새벽 이란의 주요 핵시설 및 군 시설 수십 곳을 선제 타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지역이 전면전 위기에 직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개발을 언급하며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참모총장 등 이란의 군 수뇌부와 유명 핵 과학자들도 사망했고 수도 테헤란 여러 곳이 공습을 당해 민간인이 다수 희생됐다. 이에 대항해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이스라엘의 악랄한 본성은 가혹한 응징을 당할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독자적 군사행동을 벌였다’라며 선을 긋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서도 보복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란이 대규모 반격에 나서면서 이틀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란 나탄즈 핵농축 시설도 파괴돼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추가 공습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6월 14일 새벽, 이란이 또다시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수십 발 발사했다. 텔아비브와 주변 지역 등 중부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3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도 이란이 민간인 밀집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해 ‘레드라인(Red line)’을 넘었다면서 반격을 이어갔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고위 군 관료를 포함해 80명 가까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중심인 나탄즈 시설의 지상 시험용 농축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의 악랄한 본성은 가혹한 응징을 당할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독자적 군사행동을 벌였다’라며 선을 긋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서도 보복을 예고했다.

이러한 중동 위기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이 곧바로 100여 대의 드론을 이스라엘로 출격시켜 보복에 나선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예고되면서 당장 국제 유가는 장중 14% 이상 치솟았고 글로벌 증시도 출렁거렸다.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동의 정세 격변은 원유 공급망 차질과 글로벌 불확실성의 증폭을 의미한다. JP모건은 만일 이란이 보복을 위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이 지역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현재 배럴당 7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높은 수준인 배럴당 130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을 했다. 당연히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는 고물가와 교역 위축에 따른 내수·수출 동반 침체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무산시키고 북한·중국·러시아 등과의 전략적 연대를 시도하면 한반도 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다. 국제 정세 혼란을 틈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의 유산이었던 이란 핵협정(JCPOA)을 파기하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활했다. 그러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우라늄 농축 작업을 이어가 우라늄 농축도가 60%에 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IAEA의 분석에 의하면, 이란은 9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핵 잠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강하게 거부했고, 결국 현재 상황을 자신들이 감내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라 판단한 이스라엘이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대담한 군사작전에 돌입한 모양새가 됐다. 미국은 협상에 성공하지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제하지도 못하면서 세계를 손아귀에 쥐려는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나아가 이란이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취임하면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가자 전쟁’을 단숨에 끝낼 수 있다고 줄곧 말해왔지만, 동맹을 경시하는 무분별한 접근으로 세계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 등으로 중동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 등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교부는 이날 이스라엘·이란 일부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를 발령해 이 지역에 대한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14일부로 적용되는 이번 조치로 양국의 기존 2단계(여행 자제) 여행경보 발령지역이 특별여행주의보로 격상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경보 2단계 이상 3단계(출국 권고) 이하에 준하는 2.5단계에 해당한다.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 발령되며 발령일로부터 최대 90일까지 유효하다. 기존 발령된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3단계와 4단계(여행 금지) 및 이란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3단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중동발(發) 최악의 위기가 우리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리스크(Risk)로 확산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만 한다. 교민 안전을 챙기고 금융시장과 수출입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Monitoring)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원유 비축량 점검 및 수입선(輸入先)의 다변화 등으로 에너지 불안에 선제 대비하고, 중동 전면전 확산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야만 한다. 동맹인 미국과도 원활한 소통과 협력으로 대북 경계 태세도 빈틈이 없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휴전회담은 답보 상태이고, 가자지구 충돌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과 전면적 위기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WB)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영향 속에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전 세계는 최악의 경기침체 수렁에 더 깊숙이 빠져들게 된 처지이다. 중동발 외풍으로 에너지 수급을 포함한 대한민국 경제안보가 흔들리지 않도록, 민·관은 시나리오별로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고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특히 정부 당국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물가폭등과 이에 따른 민생경제 악화를 최우선으로 막아내는 데 국가 역량을 총 집중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