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키운 서울 집값 급등, 새 정부 시험대 오른 부동산 정책
서울의 아파트 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게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월 12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5년 6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둘째 주(6월 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6월 첫째 주 0.16%보다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로 작년 8월 넷째 주(0.26%) 이후 40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강남 등 일부의 상승세가 강북권과 경기도로 번지는 조짐도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13일 부동산시장 점검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 부동산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외에도,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을 넘어선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 유동성 확대 전망,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며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시장에선 벌써 ‘영끌’과 ‘패닉바잉’ 같은 단어가 다시 회자하는 모양새다. 상승세는 강남권을 넘어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송파(0.71%), 강남(0.51%), 서초(0.45%), 용산(0.43%)의 주간 상승률은 서울 평균을 훌쩍 웃돌았고, 성동(1.63%), 마포(1.12%), 강동(1.11%), 양천(1.06%), 동작(1.00%) 등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기며 조정대상지역 기준 0.84%를 초과했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집값이 치솟던 지난해 8월 넷째 주와 같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에 앞서 대출을 이용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6000억원이 늘어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새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유동성 확대 전망 등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물량 부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R114 등이 지난 3월 발표한 ‘2025~2026년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5층 이상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총 4만6710가구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400가구로 올해 절반 수준에 그쳐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서울의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6월 14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서울의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총 735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만 149가구 대비 2791가구(28%) 줄어든 규모이자 2021년 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올해 1분기 서울 내 정비구역 442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은 62곳(14%)에 그쳤다. 10곳 중 1곳 남짓만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규제를 유지한 채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모순된 접근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을 죄인 취급하면서 중과세를 매기는 정책을 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심리가 서울 강남 집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과거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경험 삼아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정책은 펴지 않겠다”라고 했다. 바르고 옳은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지금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려면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확산할 수 있고,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스몰컷(Small-cut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전격 단행하며 경기 떠받치기에 나선 데 이어 만약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불붙은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 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또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했다. 유념해야 할 판단이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수요 억제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나 규제지역 재지정 등이 거론될 수 있으나, 이미 다시 묶인 강남 3구에서도 효과는 미미하다. 규제 일변도의 대응은 실수요자 진입만 막고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 풍선 효과를 유발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 반복된 실패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집값 불안이 계속 이어진다면 경기 회복을 위한 주요 경제정책들마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 진다. 경기 부양과 시장 과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초동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당장 ‘공급’이냐 ‘규제’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문제는 공급 확대는 단기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공약하고, 세금으로 규제하지 않겠다고 입장표명을 한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두자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주택 공급 공백은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실제로 공급 확대보다 징벌적 세금과 분양가 상한제, 초과이익 환수 등 수요 억제 정책으로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음을 간과해선 아니 된다.
우리나라 가계는 대부분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데 목매면서 가계 살림은 더욱 쪼들리고 있다. 그래서 돈은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집값 격차가 이토록 벌어지게 되면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는 살리되 집값도 잡아야만 한다. 증시 활성화로 돈이 부동산 아닌 실물 경제로 유입되도록 하고, 집으로 돈 벌 수 없다는 인식을 장기적으로 굳혀나가야 한다. 시장의 양극화, 최악의 건설경기 등 해결해야 할 부동산 난제가 쌓이고 쌓여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되도록 빠른 시기에 부동산 정책의 골격을 발표해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크다. 부동산시장 과열은 정권의 기반까지 흔들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 불안 신호를 놓치지 말고 불씨를 조기에 잡아야 하는 이유다. 필요에 따라서는 단기적으로는 DSR 규제 조기 적용,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구체적인 공급 확대 로드맵을 제시해 불안 심리를 가라앉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