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호타이어 화재 한달' 지역 경기·주민 피해 막막
공장 덮친 화마…대피 노동자 1명 중상·소방관 2명 부상 발열·두통 호소, 1만2900여 명 2만여 건 주민 피해 집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오는 17일 발생 한 달을 맞는다.
주요 공정 시설이 모두 타면서 생산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유독성 가스 발생 등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2차 피해 호소도 빗발쳤다. 설비 재건·이전에 대한 뚜렷한 안이 없어 고용 불안과 협력업체 도산 우려도 여전하다.
공장 잔해물 해체와 병행해야 하는 합동 감식은 다음 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책임 규명 수사 역시 상당 기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 '76시간 사투' 공장 화마에 3명 부상·주민 대피
15일 광주시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공장 원자재 제련동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0대 노동자 1명이 대피 중 추락해 큰 부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2명도 다쳤다.
불길이 생고무 20t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 공장 건물 여러 개를 집어삼키며 하루 종일 타면서 2차 피해도 잇따랐다. 생고무 연소에 따른 분진이 인접 지역으로 날렸고 광주 전역에 매캐한 연기 냄새가 퍼지기도 했다.
특히 인접한 선운지구와 송정역, 아파트 단지로 퍼지면서 한 때 도로 통행까지 통제됐다. 분진 피해에 따라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주민 수백 명이 잠을 청하며 불편을 겪었다.
국가소방 동원령까지 내려지며 헬기·고성능화학차·무인파괴방수차 등 각종 진화 장비가 총투입됐으나, 붕괴된 잔해 더미 곳곳에서 되살아난 불씨 탓에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길은 76시간 만에 꺼졌지만 원자재 정련 공정이 모여있는 2공장 부지(15만㎡)중 3분의2 가량이 타거나 그을린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피해가 워낙 크다보니 한 달째 공장 조업은 전면 중단됐고 재가동 전망도 불투명하다.
소방 당국은 최초 신고 내용을 토대로 원자재인 고무를 녹이는 산업용 오븐 안에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건강 피해 속출…고용 불안에 하청사도 위기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공장 화재 이후 광주 지역 대기 중 미세먼지에서 중금속인 납, 발암 1군 물질인 니켈이 1년 평균치보다 수 배 이상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민들은 화재 이후 발열, 두통, 목 따가움,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했다. 잿가루가 차량과 상점에 떨어지면서 물적 피해도 잇따랐다. 공장 인근 골목 상점가는 화재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부터 이달 11일까지 지자체에 접수된 인적·물적 피해는 총 1만2902명, 2만24건 등으로 집계됐다. 피해 보상 절차가 막 시작됐지만 언제쯤 얼마나 보상이 가능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환경단체는 "당시 연소된 화학 물질 종류와 양을 공개하고, 화재와 주민 건강 피해 연관성을 규명할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연간 1조원 안팎 매출을 기록하는 광주공장이 멈춰서면서 소속 노동자 2500여 명도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가동 중단 기간 동안 기본급의 70% 수준 수당을 받고는 있지만 공장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설비 소실과 노후화 등을 들어 아예 공장을 이미 부지를 매입한 광주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용도 변경 절차부터 막대한 이전 비용 마련, 대주주인 중국 기업의 의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협력업체도 매출 급감과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5월부터 대금 지급이 안 되면 곧 하청업체에 위기가 닥칠 것이다.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관할 자치단체는 이달 안으로 정부에 고용 위기 지역 선포를 건의한다.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되면 광주공장 노동자 한 명당 하루 7만원 상당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 잔해 해체·감식 병행…책임 규명은 이제부터
화재 직후 경찰은 전담 수사 조직을 꾸려 원인·과실 규명에 나섰다. 불이 꺼진 직후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기초 현장 조사는 마쳤다.
다만 시설물 붕괴 위험 등 현장 접근이 여의치 않아 본격적인 합동 감식은 아직 진행하지 못했다. 현장 통행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잔해 해체가 우선이다. 금호타이어가 이달 말 관할 광산구에 해체 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찰은 해체 공정이 시작되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정련 설비는 최대한 보전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과학수사계 감식요원 1명이 참관하며 물증을 곧바로 촬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체 계획서 제출과 심의·의결 등 절차를 고려하면 빨라야 7월 중에나 제대로 된 합동 감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경위를 밝혀내고 과실 여부, 책임 소재를 가려낸다. 법리 검토를 거쳐 형사 처벌도 검토한다.
현재까지 경찰은 현장 목격자 등 진술을 확보하고 기계 설비·소방 시설 등의 안전 관리 실태, 관련 법령 준수 여부 등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노동 당국도 노동자 1명이 크게 다친 만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