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인 배수' 0.37로 최악, 새 정부 일자리 확대 방안 고민해야

2025-06-12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작금의 국내 고용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 버금갈 정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5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 배수’가 0.37로 떨어져 1998년 외환위기(0.32) 이후 27년 만에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 폭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 100명에 주어진 일자리가 37개라는 의미로, 1곳 취업을 놓고 약 3명이 경쟁하는 꼴이다. 코로나 19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0.42)보다 고용시장이 더 악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9일 발표한 ‘2025년 5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58만명으로 전 년 동기 대비 18만7000명(1.2%↑) 늘어났다. 이는 2020년 5월 15만5000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정부 구인·구직 사이트 고용 24에 등록된 신규 구직은 37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명(2.6%↑) 증가했다. 반면 기업의 신규 구인 인원은 14만1000명으로 지난해 5월 대비 4만6000명(-24.8%↓) 감소했다. ‘구인 배수’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로, 노동시장에서의 인력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구인 배수’가 낮을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짐을 뜻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낮출 만큼 침체일로를 치닫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획기적인 고용 확대를 기대하긴 매우 어려워 보인다. 기업들은 내수 부진에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현실화로 인해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해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과 건설업 불황은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업종 중에는 건설업 침체가 특히 심각하다. 지난달 건설업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7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2.5%↓) 줄었다. 2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가입자는 지난달 4000명 늘었지만,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을 빼면 내국인 가입자는 1만6000명 줄었다. 이런 감소세는 20개월째다. 청년들은 구직 의욕도 꺾인 모양새다. 지난달 고용24를 통해 신규 구직 활동을 한 29세 이하는 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000명(12.0%↓) 감소했다.

물론 내수와 수출 활력 급감으로 고용 관련 지표 약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수출과 내수 모두 적색 비상등이 선명하게 켜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1일 발표한 ‘2025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580억 달러) 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가계 씀씀이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도 지난달보다 0.9% 감소했다. 소매 판매 감소는 지난 3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졌다. ‘구인 배수’만 해도 지난 1월(0.28)과 3월(0.32) 이미 최저치를 기록했고,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67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만4000명(3.7%↑)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1조1108억원으로 3.0% 늘어났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4개월 연속 1조원을 넘긴 것은 코로나 19가 한창때이던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경력직 채용 증가로 10·20대 취업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29세 이하 신규 구직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나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직업도 없고, 진학 준비나 적극적인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음’ 청년 인구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서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일자리는 그 무엇보다 우선한 최고의 민생 사안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민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약속한 만큼 일자리 확대 방안을 다각도의 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2차 추경에서 1차 때처럼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같은 항목을 편성해 기업들의 채용 부담을 줄여 구직난 해소를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사회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의 근원적 뿌리인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악 수준의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중소·대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 나가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과감히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한편 건설경기 부양 등 정책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특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현실에 맞게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 4.5일 근무제, 법정 정년 연장, '노란 봉투법' 추진 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의 부담을 높여 고용 여력을 줄이는 반(反) 일자리 행보로 느껴질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새 정부는 냉철한 안목과 혜안으로 병행하여 적극 추진하더라도 선후·경중·완급을 적절히 조화롭게 조정하여 망가진 민생부터 살려야만 한다. 먹고사는 일자리 확대 방안과 양질의 고용 창출에 최우선을 두고 지혜를 모으고 고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