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3단계 시행 앞두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시장 불안 대비를

2025-06-1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 아파트 가격이 1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심상치 않은 들썩임이 나타나고 있어 새롭게 출발한 정부에 뜨거운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으며, 가격도 뛰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스몰컷(Small-cut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전격 단행하며 경기 떠받치기에 나선데 따른 유동성 증가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새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 6월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6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1주(6월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9% 올라 18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 0.16% 오른 데 이어 상승 폭이 0.3%포인트 커져 5월 이후 상승 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송파구가 0.5%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서초구(0.42%), 강남구(0.4%), 강동(0.32%)이 뒤를 이었고 양천(0.32%), 마포(0.3%)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뚜렷하다. 지난 6월 6일까지 신고된 5월 아파트 거래량은 5,478건으로 4월 5,368건보다 110건이나 많았다.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량은 7,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벨트(강동·용산·동작·마포·성동·광진·강서구)를 넘어서 성북구와 노원구, 금천구 등 외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다음 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에 앞서 대출을 이용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1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을 보면, 지난 5월 서울 성북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46.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42.3% 대비 4.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 5월 노원구의 상승 거래 비중도 44.5%로 전월 4월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금천구 역시 상승 거래가 지난 4월 44.7%에서 지난 5월 46.3%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상승 거래 비중은 47.3%에서 47.9%로 0.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쳐 성북(4.6%포인트)·노원(4.5%포인트)·금천구(1.6%포인트)의 상승 거래 증가 폭이 서울 평균치(0.6%포인트)를 앞지른 것이다.

이들 지역의 최근 거래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성북구의 거래량은 258건으로 4월 295건의 87.46%, 노원구의 거래량은 338건으로 4월 381건의 88.71% 수준이지만, 실거래 신고가 2개월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월(4월) 거래량을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천구도 지난달 거래량이 45건으로 전월(55건)의 81.81% 규모이나, 이달 말께 최종 집계되는 5월 총거래량은 전월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가격을 뛰어넘는 거래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레디언트’ 전용면적 84㎡는 역대 최고가인 14억 4,75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같은 달 노원구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 121㎡도 13억 2,9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보인 바 있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폭을 키우며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 부족과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는 2만 4000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췄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금리 인하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9일 ‘5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에서 0.8%로 0.7%포인트나 반 토막 하향 조정해 잠재성장률(2.0%)에 절반도 못 미치는 정도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금리 하락이 주택 매수 심리와 가격 상승 기대를 키워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올 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약화 돼 앞으로 금리 인하 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조만간 20조 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것 또한 시중 유동성 증가를 야기(惹起)시킬 소지가 있다. 이처럼 외곽 지역에서 상승 거래 비중 증가와 함께 거래 건수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오는 7월 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수도권까지 확산한다면, 전반적인 내수는 침체한 가운데 집값만 오르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 불안은 가계부채 증가, 자산 양극화,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이제껏 부동산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 채에 모든 자산을 쏟아붓도록 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집값 양극화가 아닌 ‘초(超)양극화’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도 집값 왜곡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입지와 상품성을 겸비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강남 3구 대장 주 아파트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무색하게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일 56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전인 2월에는 같은 평형이 47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3개월 새 10억 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마포·성동구에서도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지역의 집값만 급등하면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 간 갈등, 근로 의욕 저하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 경우 새 정부 초기의 최대 ‘리스크(Risk)’가 될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던질 첫 ‘시그널(Signal)’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의 양극화, 최악의 건설경기 등 해결해야 할 부동산 난제가 쌓이고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다양한 부동산 행정을 많이 경험했다.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따라서 새 정부는 되도록 빠른 시기에 부동산 정책의 골격을 발표해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급 확대’를 강조했던 만큼 구체적인 공급 확대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시장 동향을 면밀하고 정교하게 ‘모니터링(Monitoring)’해 필요에 따라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신규 지정은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시장 안정 조처를 서둘러 강구(講究)해 시장 불안에 선제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