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으로 3년 날린 국교위, 정상궤도 오를 수 있나
수능 이원화 논의 유출로 전문위 해체 등 논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시점 연기 "이념 좌우 않는 교육 전문가 중심 재구성해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 후 3년째 각종 논란을 빚으며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부에서는 인적 구성과 운영 등에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2년 9월 출범한 국교위는 정권에 관계없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 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 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 교육 발전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됐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인적 구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당시 21명의 위원 중 14명을 추천·지명한 정치권에서 정파성이 뚜렷한 인사들을 추천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배용 국교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친일·독재 미화 비판을 받고 철회된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국교위 당연직 위원이었던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해 말에는 교육부가 제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에 '자유민주주의', '섹슈얼리티' 등의 표현을 놓고 위원 간 이견으로 일부 위원들이 별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지난해 11월에는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대한 사전 검토와 자문을 맡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 자료 유출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다시 한 번 외부로 표출되며 전문위가 해체됐다.
전문위가 재구성되기까지 2개월이 걸리며 올해 3월 확정할 계획이었던 시안 발표 시점은 5월로 밀렸고 이에 따라 계획의 대상 기간이 2026~2035년에서 2027~2036년으로 순연됐다. 이후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직전 시안 발표는 대선 이후로 또 연기됐다.
특히 최근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을 받는 극우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늘봄 프로그램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와중에 일부 국교위 위원들이 리박스쿨의 행사나 협력 단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임명한 비상임위원인 연취현 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의 공식 자문 변호사로 위촉됐다.
대한교조는 사실상 리박스쿨의 협력 단체로 지목되고 있다. 연 위원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을 변호하고 지난 2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연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을 규탄한 이력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주성 위원의 경우 과거 리박스쿨의 시민기자 양성 과정에서 '가정의 본질은 폭력', '좌파는 사람까지 죽인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A 위원은 "국교위 내에서 구성 자체가 문제가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대단히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내부에서 이런저런 교육 문제 가지고 토론하는데 정말 답답하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정한 이념에 경도된 사람들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국교위 위원이 된 것부터 자체가 국교위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파성과 내부 갈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국교위가 이재명 정부에서 개편을 거쳐 정상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교위의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능을 복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장관급인 국교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중장기 교육계획 수립과 여야 합의 절차를 마련해 주요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숙의 기반의 '국민참여배심위원회(가칭)' 등 시민참여 기반을 제도화하고 연 1회 이상 대국민 보고회 개최를 정례화하는 등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시민 참여 확대 방안 등도 제시했다.
국교위 위원들은 국교위 기능 강화 공약에는 환영하면서도 개편의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A 위원은 "정치적 입장이라든지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교육 전문가를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한다"며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전면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 위원은 "거버넌스의 경험이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교위) 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건 국교위 내부에서 계속해 왔던 이야기고 그래야 국민적 설득력을 갖는다"고 전했다.
C 위원은 "국교위 기능 강화는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그런 일을 하려고 했을 때는 국교위가 사회적 합의 기구다 보니 국교위의 결정 사항에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되 그 결정 방향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개입보다는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