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새 정부 경기 부양에 최우선을

2025-05-3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다시 나란히 감소했다. 산업 활동을 구성하는 3대 지표가 한꺼번에 줄어든 것은 지난 1월 후 석 달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의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품목별 관세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4% 넘게 급감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생산도 두 달 만에 다시 감소해 경기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예측하는 지수는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며 지표 간 ‘엇박자’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30일 발표한 ‘2025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 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5(2020년 100 기준)로 한 달 전보다 0.8% 하락하면서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1월 1.6% 줄었지만, 지난 2월(0.7%), 3월(0.9%) 등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공공행정(-6.3%↓), 광공업(-0.9%↓), 서비스업(-0.1%↓), 건설업(-0.7%↓) 등 각 부문에서 모두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광공업생산이 0.9% 줄며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는데, 자동차(-4.2%)·반도체(-2.9%)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0.9% 줄어든 여파가 컸다. 플래시메모리와 D램 등 반도체 생산이 2.9% 줄었고, 기타 친환경차 및 특수목적용 자동차 등 완성차 생산이 줄면서 자동차 생산도 4.2%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는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미 관세 정책 후폭풍이 현실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경기 지표도 부진했다. 가계 씀씀이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0.9% 줄었다. 3월(-1.0%↓)부터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3%) 등에서 증가했지만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부문이 줄며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는 지난 3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졌다. 백화점(-6.7%)과 수퍼마케 및 잡화점(-2.9%) 등에서 판매가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의류를 비롯한 준내구재(-2.0%), 컴퓨터를 비롯한 내구재(-1.4%↓), 의약품 등 비내구재(-0.3%↓)에서 판매가 모두 줄면서 0.9%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지표 모두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 역시 전달보다 0.4%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비롯한 기계류의 투자가 4.5% 줄어든 영향이 컸다. 건설경기 침체도 이어졌다. 건설회사 시공액을 뜻하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보다 0.7% 줄어 마찬가지로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건설 수주는 전월 동월 대비 17.5% 급감했다. 건설기성은 토목(6.6%)에서 증가했지만, 건축(-3.1%↓)에서 공사실적이 줄어 0.7% 감소했다. 건설 수주는 기계설치 등 토목(-33.8%) 및 공장·창고 등 건축(-11.0%)에서 수주가 모두 줄어 17.5% 감소했다. 이렇듯 생산(전산업 –0.8%↓)·소비(소매판매 -0.9%↓)·투자(설비투자 -0.4%↓)가 모두 동시에 전월 대비 줄어드는 ‘트리플(Triple) 감소’가 나타난 것은 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5월에 내수 경기가 소폭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재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 감소에도 취업자수, 광공업생산 등 증가로 0.2포인트 오른 98.9를 기록해 석 달째 오름세를 보였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100.9)는 주가 하락에도 기계류 내수 출하, 재고순환 등 증가로 0.3포인트 올랐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전월 대비 8포인트 오른 101.8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2020년 10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전월보다 2.8포인트 오르며 석달 연속 상승세다.

하지만 지난 5월 29일 한국은행은 ‘5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에서 0.8%로 0.7%포인트나 대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잠재성장률(2.0%)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끝 모를 내수 부진에다 통상 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3개월 새 전망치가 거의 반 토막이나 줄었다. 내년 성장률도 1.8%에서 1.6%로 0.2%포인트나 낮췄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올해 ‘0%대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기준금리도 2.75%에서 2.50%로 ‘스몰컷(Small-cut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전격 단행하며 경기 떠받치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3년 2개월 만에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선 뒤, 지난해 11월, 올해 2월에 이어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1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46%로 역(逆)성장한 데다 수출마저 불안하다고 보고, 가계 빚·환율·물가 부담에도 경기 침체를 막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가계의 소비 부진도 심화하고 있다. 우리 가계의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이 4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에 ‘12·3 내란사태’까지 겹치며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1년 전과 비교해 1.4% 증가했으나,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소비지출은 가계 운영을 위해 소비한 상품·서비스 구입비를 의미한다. 세금·연금·보험·이자·이전 지출(비소비지출)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만 유일하게 줄고, 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고물가가 몰아친 세상에서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마저 심해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도 기존 1.8%에서 1.6%로 0.2%포인트 낮췄다.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1% 안팎에 머무는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처음이다. 이제는 재정이 나서야만 한다. 현재 집행을 앞둔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지만, 그 여파로 가계 빚과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 주 대비 0.16%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오름세가 커지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도 늘면서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가계부채는 올해 3월 말 기준 1928조7000억원에 달했다. 무려 2%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4.25~4.50%)과 한국(2.50%)의 기준금리 격차도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낳고 있음도 명심해야만 한다.

금리 인하가 가져올 부담과 부작용에 제 때에 제대로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음도 직시해야만 한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부자 감세 등으로 무너진 세수 기반을 조속히 복원해 재정 여력을 강화하고 부동산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경제를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일으킨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경제를 회복시키고 취약계층을 보듬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나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서둘러 나서야 함은 물론 정부의 경기 부양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각별 유념하고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국가역량을 총력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당연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0%대 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내수 침체가 경기 사이클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1928조7000억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소비 여력 축소에 따른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폐업 건수는 전 년 동기 대비 18%를 넘고 올해 1, 2월간 폐업한 자영업자 수만도 20만명을 돌파하고 있는 자영업 부진, 집값 양극화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 등 여러 구조적 요인에 기인함을 인식·통찰해야 한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내수 침체 속에서도 오직 수출 하나에만 의존해 왔다. 지난해 성장률 2% 중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95%에 달했을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우리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벌어지며, 수출의 성장 기여도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당연히 수출대상국의 다변화·다각화와 수출품목의 다양화의 필요로 귀결된다. 수출 엔진 출력이 떨어지자마자 ‘내수 불황’이라는 민낯이 송두리째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30년간 한국 경제는 5년마다 1%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져 왔다. 물가 자극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치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초반 5%에서 20년 만에 2%로 반 토막이 났다. 과도한 기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구조 탓에 생산성이 계속 떨어져 왔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사업장 정리를 서둘러, 내수 진작 및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부터 살려야만 한다. 보다 근본적 내수 회복 비법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과 자영업을 구조 조정하는 것만이 첩경이다. 그런 토양 위에서 새로운 산업의 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여 새로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도록 새 정부는 경기 부양에 총력 경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