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경제, 내수 부진 막고 경제성장 견인해 내야

2025-05-27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 여파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올해 1분기에 -0.246%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성장엔진이 아예 꺼진 채 한국경제가 역(逆)성장 충격에 표류(漂流)하고 있다. 소수점 한자리로 치면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2024년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전 분기 성장률을 살펴보면 2024년 3분기와 2024년 4분기에는 각각 0.1%와 0.06%로 아슬아슬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다시 –0.2%로 뒷걸음질 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개 분기 연속 0.1% 이하에 그친 ‘저성장 쇼크’는 196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에 관세전쟁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0%대 성장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저출생·고령화에 신산업 성장 동력도 사라지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5월에는 수출마저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지난 5월 21일 발표한 ‘5월 1~20일 수출입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5월 1~20일 수출액은 320억 달러로 전 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3월과 4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보였던 수출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이어갔지만, 미국발 관세 여파로 승용차 수출이 감소하고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공식적인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오는 5월 2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사실상 경기침체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벌이도 시원찮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지난 5월 22일 밝힌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경기 위축으로 술집과 숙박업 소상공인 매출이 1년 전보다 10% 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고금리가 이어진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약 362만개 중 49만9000곳이 폐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약 4179만원으로 1년 전인 작년 1분기보다 0.72% 줄었고,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보다는 12.89% 급감했다.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술집(-11.1%)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고 분식(-7.7%), 제과점·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순으로 일제히 매출이 감소했다.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지출은 3153만원, 매출에서 지출을 뺀 이익은 1026만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719조원으로 1년 전 704조원보다 15조원가량 불어났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시기에도 늘었던 커피음료점(카페)이 1분기 기준 올해 처음 감소했다. 편의점과 치킨 등 주요 외식업체도 줄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성긴 사회 안전망 탓에 생계를 위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고금리·고물가 속 내수 부진과 시장 포화에 폐업을 택한 것이다. 아직도 성긴 사회 안전망과 보장수준이 낮은 연금제도 등 정부가 재정으로 두텁게 지원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15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175조9000억원으로 지난 연말 결산 시점 1141조2000억원보다 3개월 만에 무려 34조7000억원(3.04%)이 늘었다. 재정적자가 쌓여 빚을 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국고채 발행량은 81.2조원(개인 투자용 국채 3800억원 포함 시 81조6000억원)으로 연간 발행 총한도의 41.1%에 달했다.

JP모건이 올해 한국경제가 0.5% 성장에 그칠 것이라 내다보는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8%인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일부 연구소는 이보다 낮은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 이런 수치는 외환위기(1998년 -4.9%), 오일쇼크(1980년 -1.5%), 코로나 팬데믹(2020년 -0.7%),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 등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1년 동안이나 불황이 지속해 왔지만, 정부는‘건전재정’이라는 경직된 구호만 외쳐댔을 뿐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급기야 13조8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을 이제야 집행하려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경기 부양을 견인하기엔 턱없이 미흡하다.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적용키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앞두고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3단계 DSR로 대출한도를 조이는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단연 가계부채 관리에 있다. 이전 단계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심사 때보다 가계대출 문은 당연히 좁아진다. 수도권 지역의 대출액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 막차 타기’ 수요로 거래가 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부동산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모두 불안한 경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서울의 집값 상승은 가계 빚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 여력 감소와 내수 부진의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대출 부실에 따른 경제 불안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가 더욱 심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1925조9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1810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1805조5000억원 대비 4조7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120조4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문제와 직결돼 있어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2개월 연기하자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로 받아들여지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정부가 당초 계획을 바꿔 3단계부터 2금융권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것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출 건전성 강화와 부실 위험 감소를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보다도 공급이 늘어나야만 한다. 민간 참여 유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인허가 지연 해소 등 구체적이고 실현이 가능한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만 한다.

무엇보다 총체적 난국의 긴 터널로부터 서둘러 빠져나오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경기 부양과 내수 회복에 집중하고,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위기의 전이를 막을 빠른 조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한편 건설경기 부양 등 정책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특단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만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올해는 2월 한차례에 그쳤다. 12·3 내란 사태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음에도 한때 달러당 150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었지만 물가가 2% 안팎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데다 환율도 최근 1400원 아래로 내려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본다.

지난 5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로 내려앉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1.2원 내린 1364.4원에 마감했다. 현재 2.75%인 기준금리는 통화 완화적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자 중론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 이슈가 부담이지만 이 문제는 3단계 스트레스 DSR 등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토록 해야 한다. 역대 한국경제는 불황 국면을 수출로 돌파해낸 경험이 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과 역량을 키워 생산과 고용, 성장을 이끌고 견인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