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고령 자영업자, 임금 일자리 늘리고 주택연금 확충해야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은 낮아 우려스럽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퇴직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고용 제도와 자산 연금화 장치를 정비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시작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은퇴로 7년 뒤인 2032년에는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수가 248만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가 시작된 2015년(142만명)과 비교해 100만명 이상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약 954만명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 705만명을 능가하는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다. 문제는 이들이 은퇴 후 진입 장벽은 높고 수익성은 낮으며 경쟁은 과도한 자영업에 뛰어들며 노인 빈곤 확대와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자영업자’ 수가 계속 증가해 42만70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계 신용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는 오히려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7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42만7000명에 달한다.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3년 만에 50% 이상 급증했다.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311만명 중 13.7%를 차지하고, 연체율도 11%대로 치솟았다. 이들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채무 탕감이나 금융 지원 등 미봉책만으로는 자영업자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취약 자영업자는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채무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전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퇴직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고용 제도와 자산 연금화 장치를 정비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15일 세종시 KDI에서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 정책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고령 자영업자의 급격한 증가는 금융 안정은 물론 경제 성장 측면에서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 빈곤과 고령층 노동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은행과 KDI에 따르면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 가운데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령 자영업자의 67.5%는 운수, 음식, 도소매업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몰려 과당경쟁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 삶의 질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도 심화시킬 수 있다.
심포지엄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이유와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한국의 자영업자(무급 가족 종사자 포함 기준) 비중은 23.2%로 OECD 국가들 가운데 7위로 높을 뿐 아니라 평균 16.6%을 크게 웃돈다. 선진국일수록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고령 자영업자의 증가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이다.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가 2015년부터 은퇴 연령대에 진입한 영향이 컸다. 2015년 142만명이던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210만명까지 68만명이나 급증했다. 단일 세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2차 베이비붐 세대 954만명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오는 2032년 고령 자영업자 수는 248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15년 142만명에서 2032년에 약 106만명 늘어나 전체 취업자 수의 약 9% 수준인 248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고령 자영업자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는 이들이 주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진입해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는 데다 창업 준비 부족, 낮은 생산성 등으로 수익성이 낮고 부채 비율은 높은 탓이다. 최근 10년간 고령 자영업자(농림어업 제외)는 47만명 증가했는데, 이 중 전문적인 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고 경기 변동에 취약한 업종인 운수 창고·숙박음식점·도소매·건설업에서 29만명이나 늘어났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1인당 매출액도 3000만원에 불과해 20~50대보다 크게 낮았다. 70대는 20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은 140%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65.7%는 운수·음식·도소매업 등 취약 업종에 종사한다”라며 “이는 고령층 개인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거시 경제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고령 자영업자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고령 자영업자일수록 자영업에 대한 준비 부족,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층이 은퇴 뒤 자영업을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는 임금노동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영업으로 몰리는 자영업 쏠림을 완화하고 막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협력해 안정된 임금 일자리에서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임금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 또는 정년 뒤 재고용 등 고령층 계속 고용 방안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퇴직 후 재고용 기회를 넓히는 한편,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해 고령층 인력 활용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법정 정년 연장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병행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자들이 자영업 외에도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
한국은행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과 고령 노동자 간 매칭과 서비스업의 대형화를 통한 임금노동 수요 창출, 고령층 재취업 시 디지털 전환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재교육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자영업 진출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은퇴자들을 위해서는 창업 준비 지원은 물론 경쟁과열 업종에 대한 사전 교육과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세제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령층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상용직에서 계속근로가 가능하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긴요하다. 재고용은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퇴직자를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로자로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기에 기업은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일정 수준의 소득과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기업의 99.9%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재고용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9%를 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빠르게 줄고 있어 고령 인력 없이는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재고용은 숙련 노동력의 연속성과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도 사용자 부담과 고용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012년 '퇴직 및 재고용법'을 시행하여 모든 고용주에게 63세 정년에 도달하는 사람의 재고용을 최대 68세까지 보장할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 이 제도는 사용자가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설계돼 비용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고령자의 일자리를 지속시키고 있다. 특히 재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에 ‘고령자 고용 장려금’을 지급하고, 시간제 재고용을 시행하면 추가 보조금도 지원한다. 정규직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령 근로자의 고용 단절을 최소화하려는 설계다. 고령자의 생계 안정뿐만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
고령화가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도 정년 연장을 공식화했는데 남성은 기존 60세에서 63세로, 여성은 50~55세에서 55~58세로 상향하는 계획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연금 고갈과 노동력 부족 문제 앞에서 정년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도 2029년까지 법정 정년을 67세로 끌어올릴 예정일 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프랑스도 각각 67세, 64세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조정 했다. 이들 국가는 고령자가 부분 연금을 받으며 시간제 근무를 병행하는 ‘점진 퇴직’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완전 은퇴 대신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미국도 1986년 '연령차별금지법(ADEA)'을 통해 연령을 이유로 한 퇴직 강요를 원천적으로 금지했고, 영국도 2011년부터 법정 정년을 없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이 20% 안팎이고, 자영업이나 전문직에서는 70세 이후에도 활동하는 사례가 흔하다. 따라서 정년 연장을 할 때는 청년의 취업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하는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고령층의 또 다른 빈곤 해소 수단으로 주택연금을 들었는데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안정적인 노후지원 수단으로 주택연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내 집에 살면서 해당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매월 일정 금액의 노후 생활자금으로 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에선 기존 연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지난 2007년 이 상품을 처음 출시한 뒤 연간 누적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3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평균 나이는 73.4세, 평균 월 지급금(월 연금액)은 150만원, 평균 주택 가격은 4억6000만원이다.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0.7%포인트 높이고, 노인 빈곤율도 5%포인트까지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연금에 대한 높은 잠재 수요가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부동산 자산이 있어도 이를 생활비로 전환하지 못하면 통계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주택연금 가입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재 수요가 약 122만명에 이르러 노인 빈곤층의 37%에 달한다. 그만큼 주택연금 이용에 관심이 큰 것은 물론 필요와 소요는 높지만,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 요건 완화, 수령액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보장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하고, 보유 자산을 삶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헤야만 노년층의 빈곤을 줄일 수 있다. 존엄한 노후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와 제도 설계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