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청년 취업 최악, 반기업 규제 철폐하고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 여파로 제조업 고용 감소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가 겹친 탓이다. 향후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동차,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 제조업 주요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조업 취업자 수는 더 줄어들 수 있을 우려가 커진다.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청년층의 고용 한파는 계속됐다. 특히 20대 청년 취업자 수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감소 폭이 제일 컸고, 청년층 고용률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일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라고 응답하는 청년도 12개월 연속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14일 발표한 ‘2025년 4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8만7000명으로 1년 전 2869만3000명보다 19만4000명이나 증가했지만, 제조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439만7000명으로 1년 전 452만1000명보다 되레 12만4000명 감소하면서 2019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자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줄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정규직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대표적 양질의 일자리다. 440만개에 달하는 제조업 일자리의 위축은 고용시장의 전반적 악화를 의미한다. 이렇듯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고용이 줄어들면서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347만5000명으로 1년 전 365만4000명보다 17만9000명이나 감소했고,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에 머물러 1년 전 46.2%보다 0.9%포인트 줄어들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21년 4월 43.5%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낮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194만8000명으로 전년 209만8000명 대비 15만명 감소하며 1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으며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142만7000명으로 전년 156만2000명보다 13만4000명 줄어들며 지난 2015년 11월(-17만2000명)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024년 4월 656만6000명에서 2025년 4월 690만6000명으로 34만명 증가하고 30대(30~39세)의 취업자 수도 2024년 4월 544만4000명에서 2025년 4월 553만7000명으로 9만3000명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대(20~29세) 청년 취업자 수만 유독 1년 새 17만9000명이나 줄어든다는 건 심각한 위기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의 파트타임 일자리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터에 나온 중·장년층이, 업무 경험을 갖춘 이들을 뽑는 기업의 경력직 일자리는 30대를 우선해 채용하면서 20대 청년들은 취업 시장의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 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쉰’ 청년(15~29세)들이 2024년 4월 40만명에서 2025년 4월 41만5000명으로 계속 늘어만 가는 이유다.
악화일로(惡化一路)의 청년, 제조업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혁,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대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고용시장 악화는 성장률 하락과 직결돼 있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14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전망했다. 올 2월 1.6% 전망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으로 석 달 전 1.6%에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국내 기관 중 처음으로 0%대 성장률을 제시한 사례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균 눈높이와 엇비슷한 전망치지만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처음으로 0%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작지 않다. ‘R(Recession │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KDI는 이에 앞선 지난 5월 8일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 앞으로 5년간 평균 1.5%에 그치며, 15년 뒤에는 0% 안팎으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2047년쯤 마이너스(-)로 전환해 역(逆)성장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KDI는 이날 밝힌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이 올해 1%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2030년대 1% 초반, 2040년대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생산성 둔화에도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경우 2041~2050년의 잠재성장률은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발(發)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았고, 내수 부진도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수출은 연간 기준 0.4% 감소, 건설투자는 -4.2%로 2년 연속 역성장,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로 전망했다. 사실상 내수, 수출, 투자가 모두 얼어붙었다는 말이다. 관세 영향이 더 커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도 고용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산업구조 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근인(根因)이다. 전통 제조업은 자동화, 디지털 전환, 공급망 재편에 따라 고용 창출이 약화하고 있는데, 신산업은 고급 인력 위주의 제한적 채용에 그쳐 노동시장에 고용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배터리, 철강 등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로 한국의 제조업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 악순환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제도와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낡은 규제는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산업 인재 양성과 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달라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정책과 제도를 과감히 쇄신하는 길밖에 별다른 묘책(妙策)이나 비급(祕笈)은 없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사회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의 근원적 뿌리인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악 수준의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2024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7703원이고 비정규직은 1만8404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7%, 4.7% 증가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6.43%에 그쳤다. 전년 70.9%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는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낙폭이다. 이는 정규직이 100만 원을 벌 때 비정규직이 받는 돈은 66만4300원 정도로 무려 33만5700원이나 덜 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비중은 2011년 처음 60%를 넘은 후 2021년 72.9%로 최고치를 보였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70.7%와 70.9%를 기록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작금의 양극화 심화의 문제는 정규직 과잉보호를 깨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도, 청년 실업도, 저출산도 정규직 기득권과 과보호의 틀을 깨트리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정규직을 과잉보호하는 구조를 서둘러 타파해야만 한다. 연차만 쌓이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부터 깨고, 성과와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생산성이 같다면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게 오히려 정상적일 것이다. 더불어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다. 무엇보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한편 건설경기 부양 등 정책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특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 성장률 회복의 핵심 조건이지만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성장률 제고와 고용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눈에 띄지 않아 보인다. 갈수록 고용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을 옭아매는 규제를 외려 확대하는 방향이어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일자리 창출이 최상의 복지이며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든다.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가로막는 반(反)시장적 규제들을 과감히 파격적으로 철폐하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게 하는 경직된 고용 시스템과 근로시간제·임금체계 등을 서둘러 수술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신산업을 키우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