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도약 골든타임 3년”, 에너지·데이터·인재 등 전방위 지원을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려면 향후 3~4년의 ‘골든 타임(Golden time)’ 내에 전방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주요국 대비 관련 투자가 크게 적어 정부 주도로 에너지·데이터·인재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6일 ‘AI 생태계 구축 전략 제언’을 통해 AI의 3대 투입 요소(에너지·데이터·인재)를 충분히 공급해 AI의 3대 밸류체인(인프라·모델·AI 전환)에서의 가치 창출이 이뤄지도록 해 AI 3대 강국으로 올라서자는 내용의 ‘AI 333’ 전략을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제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반도체, 에너지, 모델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갖춘 만큼 잠재력이 크지만,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르토이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AI 민간투자 규모가 미국의 4분의 1,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세계 11위권이라고 짚고, 자칫 AI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발(發) 관세 폭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각종 규제와 정치 불확실성에 갇힌 우리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들은 AI 등 전략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올해 AI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67.4% 늘리는 등 AI 투자에 재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은 ‘AI 성장구역’을 지정해 전력망 등 인프라 지원에 나서는 한편 ‘AI 샌드박스’ 추진을 통해 규제들을 속속 걷어내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AI 생태계 구축 전략 제언’에 의하면 “한국이 지금의 정보기술(IT │ Information technology) 강국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3∼4년간 IT 분야에 국가 자원 투입을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AI 투자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골든 타임’은 “향후 3∼4년”이라고 전망하면서 “AI 분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먼저 AI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AIDC)’ 건설을 위한 ‘AI 컴퓨팅 액세스 펀드’를 조성해 AI 초기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AIDC 구축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인 제조업에서 AI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대규모·고위험 투자 부담을 경감시킬 ‘인내자본(耐心资本 │ Patient Capital)’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AI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데이터, 인재 등 투입 요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자가 발전소의 전력 거래 제한 완화, 전력 계통 영향평가 유예 및 타임아웃제 등 전력 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건의서에서 AI 인재 확보와 관련해서는 국내 AI 시장과 연구 커뮤니티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AI 인프라, 정주 여건 등이 갖춰진 AI 특구를 조성하고 AI 인재 특별비자 우대 정책을 국내 인재 양성책과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해외 LLM(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AI 종속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면서 한국형 LLM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결집해 각자의 강·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3년 약 400TWh에서 2030년 약 1065TWh로 약 세 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2029년까지 국내에 새로 지어질 700여 개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량은 1GW급 원전 53기의 생산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별 AI 특구 내 에너지 규제 특례를 통해 자가 발전소의 전력 거래 제한 완화, 전력 계통 영향평가 유예 또는 타임아웃제 등 전력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제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때다. AI 생태계는 시장 기능을 바탕으로 선순환해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지만, 시장 기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생태계 구축의 장애물이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선순환을 견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 AI 수요 창출 등 총체적인 정책 지원에 총력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행정절차 간소화 등 인허가 타임아웃제와 AI 인프라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 기업계의 주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대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세제·금융·재정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 획일적 근무 예외 도입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 관련 규제 혁파는 기본이다. 경제 사령탑 부재 등 국정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에너지·데이터·인재 등 전방위 총력 지원에 나서야 할 때임을 각별 유념하고 서둘러야만 한다.